‘기습 홈스틸’ KIA 김규성 “홈런보다 더 짜릿하네요”

KIA 김규성이 29일 잠실 LG전에서 9회 기습적인 홈스틸을 감행하고 있다.(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 내야수 김규성(26)이 자신의 커리어에서 영원히 회자될 명장면을 만들어냈다.

김규성은 29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원정 경기에 5-3으로 앞선 9회초 공격에서 1루 주자 김선빈의 대주자로 투입됐다.

이후 최형우의 안타로 2루에 도달한 김규성은 황대인의 중견수 플라이 때 리터치 후 3루까지 내달렸다.

하이라이트는 다음 순간에 나왔다. 3루에 있던 김규성은 점차 보폭을 넓히더니 상대 좌완 함덕주가 투구를 하기 위해 1루를 바라보자마자 재빨리 홈으로 내달렸다.

김규성의 기습 홈스틸에 깜짝 놀란 함덕주는 허겁지겁 포수에게 공을 던졌지만 이미 김규성이 슬라이딩으로 홈 플레이트를 터치한 뒤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실점한 함덕주와 LG 선수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지었고, 짜릿한 득점에 성공한 김규성은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다.

2점차로 쫓긴 상황에서 천금같은 추가득점에 성공한 KIA는 흐름을 완전히 장악했고, 9회말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값진 승리를 챙겼다.

경기 후 김종국 KIA 감독도 “2점차로 추격당한 상황에서 조재영 코치와 3루 주자인 김규성이 서로 사인을 주고 받으면서 결정적인 홈스틸을 성공시켰다. 과감한 작전이 잘 들어맞았다”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KIA 김규성이 29일 잠실 LG전에서 9회 홈스틸 성공 후 포효하고 있다.(KIA 타이거즈 제공)

취재진과 만난 김규성은 “조재영 코치님이 ‘상대 투수가 좌완이고 야구장 내 함성 소리가 커 LG 선수들의 콜플레이가 안될 수 있기 때문에 리드를 많이 하라’고 지시했다. 그래서 저도 홈스틸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마침 코치님이 사인을 줬고, 그대로 홈으로 내달렸다”고 당시 상황을 돌아봤다.

상대 투수였던 함덕주의 특징을 잘 파악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작전이었다. 김규성은 “코치님이 상대 투수의 습관을 이야기해줬다. 그래서 유심히 살펴보다가 함덕주 선수가 1루를 쳐다보는 타이밍에 맞춰서 뛰었다”면서 “아무 생각없이 그저 살아야겠다는 생각만 하고 달렸는데, 상대 홈 송구가 늦게 이뤄지는 걸 보고 살았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홈스틸은 김규성의 야구 커리어에서 처음 나온 진귀한 장면이다. 그래서 더 뿌듯했다. 그는 “말로 표현못할 정도로 짜릿했다. 홈런보다 더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또 우리팀이 추가점을 내야 여유있게 갈 수 있는 상황이라 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며 환하게 웃었다.

백업으로 분류돼 있지만 김규성은 경기에 나올 때마다 결정적인 장면을 만들며 승리를 이끌고 있다. 지난 26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2회 3점 홈런을 뽑아내 물꼬를 텄고, 이날은 결정적인 홈스틸로 승리에 기여했다.

하지만 김규성은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아직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 그래서 경기에 나갈 때마다 주어진 역할에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런 것이 최근 좋은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는 지금도 더 나은 선수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과정이다. 많은 것을 배우면서 더 발전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