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준환, 첫 점프 실수에도 놀라운 집중력… 개인 최고점 날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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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겨울올림픽] 한국 남자피겨 첫 ‘올림픽 톱5’

차준환은 모든 연기를 마친 뒤 위로 팔을 뻗어 주먹을 쥐어 보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뉴시스
차준환은 모든 연기를 마친 뒤 위로 팔을 뻗어 주먹을 쥐어 보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뉴시스
차준환(21·고려대)은 오늘도 자랐다.

아역 모델로 활동했던 차준환은 빙판 위를 가를 때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기분 좋아 8세 때 피겨를 시작했다. 한 번 스케이트화를 신은 뒤 그는 피겨에만 매진했다. 1년 1년이 달랐다. 10세 때 이미 트리플(3회전) 점프를 시도했다. 한 뼘 한 뼘 커가는 자신의 모습에 그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고된 훈련에도 힘들다고 말한 적이 없었다.
○ ‘최초’의 기록 쓰며 매일 자라는 차준환
어느새 그에게는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중학교 3학년 때인 2016년 그랑프리 주니어 대회에서 주니어 세계신기록을 세우면서 두 차례 우승했다. 2015년에는 쿼드러플(4회전) 점프를 시도해 성공했다. 2015년부터는 ‘피겨 여왕’ 김연아(32)와 오랫동안 함께 했던 브라이언 오서 코치(캐나다)의 지도를 받았다. 2017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주니어선수권대회 쇼트프로그램에서는 82.34점으로 한국 남자 선수 처음으로 국제대회 80점대를 돌파했다.

성인 무대에서도 차준환의 성장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첫 올림픽인 2018 평창 겨울올림픽에서 총점 248.59점으로 개인 최고점을 남겼다. 또 최종 15위를 차지해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열린 ISU 4대륙선수권에서는 김연아 이후 13년 만에 처음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첫 올림픽 톱5
한국 남자 피겨 간판 차준환이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피겨스케이팅 프리스케이팅 첫 번째 과제인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 점프를 뛴 뒤 착지에 실패해 넘어지고 있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뉴시스
한국 남자 피겨 간판 차준환이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피겨스케이팅 프리스케이팅 첫 번째 과제인 쿼드러플(4회전) 토루프 점프를 뛴 뒤 착지에 실패해 넘어지고 있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뉴시스
자신의 두 번째 올림픽에서 차준환은 다시 자랐다. 그는 10일 중국 베이징 서우두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겨울올림픽 남자 피겨 프리스케이팅에서 182.87점을 기록했다. 8일 열린 쇼트프로그램 점수 99.51점을 더한 총점 282.38점으로 최종 5위를 차지했다. 종전 자신의 올림픽 최고기록을 뛰어넘은 동시에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초로 올림픽 ‘톱5’ 진입에도 성공했다.

그는 “톱10에 드는 것이 이번 올림픽 목표였는데, 이를 넘어 톱5 진입에 성공해 만족스러운 대회”라며 “올림픽이란 큰 무대를 또 경험해 긴장감과 부담감을 어떻게 관리할지 많이 배워 앞으로 경기에서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날 4년 전 평창에서 실패했던 쿼드러플 살코 점프를 완벽하게 뛰며 수행점수 3.19점을 챙겼다. 첫 번째 과제였던 쿼드러플 토루프 점프를 실패한 직후여서 더욱 돋보였다. 그는 “점프 실수를 빨리 잊고 다음 요소에 집중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날 첫 점프 실패를 제외하면 그의 연기는 흠잡을 곳이 없었다. 안소영 ISU 심판은 “첫 점프를 실패한 뒤 바로 일어나 연기를 이어간 대처능력과 집중력에 큰 칭찬을 하고 싶다”며 “특히 차준환이 다른 선수들에 비해 오늘 돋보였던 것은 요소와 요소를 이어주는 연결동작이 매우 매끄러워서 요소들이 각각 나눠진 게 아니라 하나의 구성단위로 보인 점”이라고 말했다.
○ 4년 뒤를 기약하며 “더 성장하고 싶다”
차준환은 이어진 쿼드러플 살코 점프는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이후 이어진 과제들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뉴시스
차준환은 이어진 쿼드러플 살코 점프는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이후 이어진 과제들을 안정적으로 수행했다. 베이징=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뉴시스
목표 이상을 이룬 그의 시선은 벌써 4년 뒤를 향해 있다. 그는 경기 뒤 “오늘 경기는 나한테 좀 더 희망적이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그런 경기였다”고 말했다.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는 현재 2장을 확보한 남자 피겨 올림픽 티켓을 3장으로 늘리는 것이 그의 목표다. 그는 “평창 대회 때부터 느꼈지만 이번에 베이징에 오면서 좀 더 많은 한국 선수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다음 올림픽까지 열심히 잘해 더 많은 티켓을 만들어내자는 목표를 선수단에 제시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또다시 성장을 다짐했다. 그는 “4년 뒤는 아직 먼 미래이지만 앞으로도 계속 강한 선수로 성장해 나가고 싶다. 계속 더 싸우고 발전하면서 더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미국의 네이선 첸(23)은 프리스케이팅에서 218.63점을 받아 쇼트프로그램 113.97점을 합쳐 총점 332.6점으로 금메달을 차지했다.


김정훈 기자 hun@donga.com
베이징=강동웅 기자 leper@donga.com


#차준환#한국 남자 피겨#최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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