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승 달성 유재학 “난 적어놓는 습관 없어… 이제 또 시작”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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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대우감독으로 첫 사령탑… 통산 1217경기만에 대기록 세워
“기아 선수시절 방열 감독님 등 주변 지도자들께 잘 배운 덕분
1승, 1승씩 새롭게 채워나갈 것”

한국 프로농구의 ‘만수’ 유재학 현대모비스 감독(58·사진)이 역대 최초로 통산 700승의 위업을 달성했다.

유 감독은 12일 창원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시즌 정규리그 LG와의 방문경기에서 80-61 승리를 이끌고 대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1998년 5월 인천 대우의 지휘봉을 잡으며 역대 프로농구 최연소(35세) 감독이 된 유 감독은 그해 11월 11일 나산과의 감독 데뷔전에서 첫 승을 거둔 뒤 1217경기 만에 700승 고지에 올랐다. 통산 전적은 700승 517패(승률 57.5%)다.

가드 서명진(15점 3어시스트)이 결정적인 순간 3점포와 어시스트로 유 감독에게 큰 선물을 안겼다. 서명진은 2쿼터 35-36으로 뒤진 상황에서 3점포로 역전을 이끌어냈다. 이를 기점으로 현대모비스는 LG에 역전을 허용하지 않았다. 서명진은 3쿼터 49-42로 앞선 상황에서 득점과 상대 반칙으로 얻은 보너스 자유투를 성공시켰고, 4쿼터에는 절묘한 2 대 2 ‘픽앤드롤’ 플레이로 장재석의 득점을 도왔다. 67-54에서는 쐐기 3점포로 LG의 추격 의지를 완전히 꺾었다. 현대모비스는 6승 8패로 단독 8위가 됐다.


유 감독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앞으로의 1승, 1승이 더 소중할 것 같다. 700승 이후의 1승은 또 다른 배움을 경험하고 새로운 것을 채우는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1990년 27세의 어린 나이에 선수 생활을 접었던 유 감독은 감독의 자리에서 선수로서 못 이룬 농구의 한을 풀고 있다. 유 감독은 “실업팀 기아(1986년 창단 멤버로 입단)에서 뛰면서 당시 방열 감독님(전 대한민국농구협회장)과 타 팀 지도자들에게 배운 것이 컸다. 그 배움들을 내 것으로 잘 만들었던 것 같다. 양동근(현대모비스 코치), 함지훈 같은 좋은 선수들을 만난 것도 복”이라며 웃었다.

감독 데뷔전 승리 얘기를 하자 유 감독은 “오히려 코치 때인 1997년 2월 프로농구 원년 개막전(SBS 107-108 패)에서 진 기억이 오래 남는다. 지도자로 가장 잊지 못할 경기다. 4쿼터 종료 직전까지 시소 경기였는데 마지막에 외국인 선수(터브스)가 패스를 반대로 하면서 하프라인 바이얼레이션 반칙을 범했다. 그 경기에서 참 많이 배웠다”고 했다.

1996년부터 지금까지 미국프로농구(NBA) 샌안토니오 지휘봉을 잡고 있는 그레그 포포비치 감독과 비교를 하자 “내가 그 대단한 분을 따라갈 수 있을까요”라고 몸을 낮춘 유 감독은 “앞으로도 겸손한 마음으로 코트에 서겠다”고 다짐했다. 700승을 했지만 그는 여전히 승리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저는 뭘 적어놓고 기록하는 습관이 없어요. 지나간 건 머릿속에 조금 남기고 비워내는 스타일인데 그래서 새로 채우고 배울 게 또 많을 것 같아요. 계속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유재학 감독#프로농구#현대모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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