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리한 신체조건 딛고 당당히 겨뤄 아시아선수로서 65년 만에 결선행
이정훈 감독 “200m 전반 오버페이스… 그렇게 할 수 있는 선수 많지 않아”
박태환 때처럼 전담팀 구성 등 추진… 내년 항저우 亞경기서 金 3개 노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한국 수영 대표팀을 총괄한 이정훈 감독(49)은 자유형 200m 결선 당시 100m(49초78)까지 세계신기록(50초12)보다 앞섰던 황선우(18·서울체고)의 ‘오버페이스’ 지적에 이같이 답했다. 세계적인 선수라도 이런 페이스를 보일 능력을 갖춘 선수는 많지 않다.
대한수영연맹은 11일 서울 송파구 대한체육회 회의실에서 남자 자유형 100m 아시아 신기록을 세운 황선우에게 포상금 1000만 원을 전달했다. 이번 올림픽에서 황선우는 최고의 ‘신 스틸러’였다. 자신의 첫 올림픽인 자유형 200m 예선에서 1분44초62로 11년 만에 한국기록(종전 박태환 1분44초80)을 쓴 뒤 이틀 뒤 결선에서는 100m 지점까지 세계신기록 페이스를 넘으며 1위를 달려 경쟁자들을 놀라게 했다. 150m까지 1위를 달렸지만 마지막 50m에서 힘이 떨어진 게 아쉬웠다. 황선우는 7위에 머물렀다.
이날 한국 수영의 기둥이 된 황선우의 ‘미래’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다. 과거 박태환 때처럼 ‘전담팀’이 꾸려질지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이 감독은 “정창훈 대한수영연맹 회장, 황선우의 소속사와 부모님이 여러 ‘안’을 짜며 고심하고 있다. 조만간 (많은 사람들이 기대하는) 계획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황선우도 ‘업그레이드’를 다짐했다. 그는 “한국에서 대회를 치를 때는 (체격이 다른 국내 선수들에 비해) 큰 편이라 생각했는데 올림픽에 가보니 내 체격이 제일 작았다. 올림픽을 전후로 경험이 쌓인 게 달라진 부분 같다.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워서 내년에 열릴 항저우 아시아경기부터 많은 메달을 목에 걸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감독도 “현재 자유형 100m, 200m에서 아시아경기 금메달은 확실하다. 선우 한 명만 볼 게 아니라 (선우가 영자로 참가할) 계영 800m에서도 메달을 바라본다”고 강조했다.
올림픽에서의 선전의 비결로 ‘수심 3m 수영장’ 이야기도 빠지지 않았다. 이 감독은 “3m 수영장이 선우의 부력을 극대화해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게 해준 것 같다. 해외에서도 작은 체구로 자유형 100m에서 어떻게 선전하는지 궁금해했다”고 말했다. 여러 질문이 나올 때마다 신중한 모습으로 모범 답안을 말하던 황선우도 ‘수심 3m’ 이야기에 눈을 반짝였다.
“올림픽을 통해 처음 3m 수영장에서 본격적으로 훈련을 해봤고 적응이 잘돼서 좋은 성적도 나왔어요. 한국에 이런 수영장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그러면 올림픽에서 저 말고도 다른 좋은 선수들이 나올 거예요.” 국내에 3m 수영장은 1개(광주 남부대 수영장)밖에 없다.
황선우가 국내에서 실전을 치르는 모습은 전국체육대회가 열릴 10월에야 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국체전에서 황선우는 개인혼영 200m, 자유형 50m에 출전해 숨겨둔 재능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