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난여론에 기름 부은 강백호의 껌…한국야구 부끄러운 민낯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8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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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중계화면
KBS 중계화면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7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야구 동메달 결정전에서 도미니카공화국에 6-10으로 역전패하며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008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신화를 일궜던 ‘디펜딩 챔피언’ 한국으로서는 받아들기 쉽지 않은 결과다.

전체 6개 팀 가운데 4위라는 성적도 민망하지만 수십 억 원의 몸값을 받는 선수들의 무기력한 모습에 팬들은 분노까지 하고 있다. 수차례 득점기회를 맞고도 타선은 결정력을 보여주지 못했으며 미숙한 베이스 커버 등 허술한 수비로 실점의 빌미가 되기도 했다.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은 것은 강백호(22·KT)가 보여준 태도였다. 패색이 짙어진 8회초 TV 중계 카메라는 더그아웃 펜스에 앞쪽으로 몸을 기대고 있던 강백호를 비췄다. 그는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심드렁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KBS 해설위원으로 중계를 하던 박찬호(48)는 “이러면 안 됩니다. 더그아웃에서 계속 파이팅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질지언정 우리가 보여줘서는 안 되는 모습을 보여줘선 안 됩니다”라고 쓴 소리를 했다. 일본 스포츠 전문매체 더 다이제스트는 “강백호는 뭔가에 충격을 받았거나 집중력이 부족한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이미 한국 야구는 올림픽 개막 전부터 부정적인 여론을 받고 있던 터였다. 내야수 박민우(NC)와 사이드암 투수 한현희(키움) 등은 사적 음주 모임 파문으로 대표팀에서 낙마했다. 사적 술자리에 참가했던 NC 선수들을 시작으로 두산과 한화 등에서 연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자가 나오자 KBO는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을 선언하기도 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 야구는 투지와 근성으로 세계 정상권을 유지하며 2008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의 성과를 일궜다. 국제 대회 성적을 바탕으로 국내 리그에 구름 관중이 몰려들었다. 하지만 100억 원 대 FA 선수들이 속출하는 최근 들어 오히려 투지는 근성은 실종됐고, 사건사고는 차고 넘쳤다.

야구 원로인 김응용 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은 “요즘 야구를 보면 배에 기름이 껴서 그런지 예전처럼 열심히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순철 SBS 해설위원도 “경기 결과보다 더 큰 문제는 많은 응원을 받았던 과거 대표팀과 달리 대표팀을 향한 조롱이 넘친다. 이 모든 건 후배들이 자초한 부분”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주장 김현수(33·LG)는 동메달결정전에서 패한 뒤 억울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명예회복이 절실한 상황이지만 먼 훗날에나 가능하다. 야구는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제외된다. 2028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서 다시 채택될 전망이다.

야구 결승에서는 일본이 미국을 2-0으로 꺾고 처음으로 금메달을 땄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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