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전승 우승’ 김승기 감독 “재도가 없지만 준형이가 있다”[정윤철의 스포츠人]

정윤철 기자 입력 2021-06-16 11:00수정 2021-06-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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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시즌에는 우리 팀 선수 중 누가 A급 선수로 성장할지 기대됩니다.”

2020~2021시즌 남자 프로농구 KGC를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끈 김승기 감독(49)은 휴식기에도 다음 시즌 선수 구성과 운영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지난달 KGC는 정규리그 3위로 플레이오프(PO)에 진출한 뒤 국내 프로농구 최초로 PO 10전 전승 우승을 달성했다. 6강 PO(KT 상대로 3승)와 4강 PO(현대모비스 상대로 3승), 챔피언결정전(KCC 상대로 4승)을 치르는 동안 단 1패도 없었다.

이번 시즌 PO를 통해 리그 최고의 팀으로 거듭난 KGC지만 시즌 종료 후에 전력 누수가 발생했다. 팀의 포인트 가드 역할을 맡았던 이재도(30)가 자유계약선수(FA) 신분을 얻어 LG로 이적한 것이다. 정규리그에서 개인 통산 최고인 평균 12.7득점(전체 국내 선수 중 9위)의 성적을 남기며 국내 정상급 가드로 성장한 이재도는 PO에서도 평균 11.6득점, 5.3어시스트로 팀의 야전사령관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 감독은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재도가 팀을 떠나서 너무나 아쉬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샐러리캡(연봉총액상한제·팀당 25억 원)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따라 주전 선수들의 연봉이 모두 올라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거액의 연봉을 주고 FA가 된 이재도를 붙잡기는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번 시즌 KGC에서 보수총액(연봉+인센티브) 3억 원을 받았던 이재도는 LG와 보수총액 7억 원에 3년 계약을 맺었다. 김 감독은 “이재도에게 ‘LG에서 경기가 잘 안 풀리면 KGC로 돌아와라. 나는 의리가 있는 사람이니 너를 다시 받아줄 것이다’고 말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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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감독은 2015년 KGC의 사령탑에 오른 이후 6시즌 동안 두 차례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PO 승률은 70.6%(24승10패)로 역대 프로농구 감독 중 1위다. 최근 KGC와 2년 재계약에 성공한 김 감독은 “이재도는 떠났지만 남아 있는 선수들을 잘 지도해 다시 우승권 전력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2020~2021시즌에 프로농구 최초로 플레이오프 10전 전승 우승을 달성한 김승기 KGC 감독은 “쉽게 깨지기 힘든 기록을 내며 우승을 달성해 기쁘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 새로운 ‘야전사령관’ 변준형
김 감독은 이재도의 빈 자리를 메울 선수로 가드 변준형(25)을 꼽았다. 2018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2순위로 KGC 유니폼을 입은 변준형은 ‘스텝백 3점슛’(앞으로 가려는 척하다가 스텝을 뒤로 밟고 던지는 장거리 3점 슛)과 날카로운 1대 1 돌파 등 화려한 기술을 갖춘 선수다. 미국프로농구(NBA) 브루클린의 특급 가드 카이리 어빙과 플레이스타일이 비슷해 팬들로부터 ‘코리안 어빙’으로 불린다.

이번 시즌에는 이재도가 KGC의 경기를 조율하는 포인트 가드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변준형은 득점에 집중하는 슈팅 가드(정규리그 평균 11득점)로 뛰었다. KCC와의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는 4쿼터 접전 상황에서 상대의 추격 의지를 꺾는 스텝백 3점 슛을 림에 꽂는 등 23점을 퍼부으며 KGC의 승리(77-74)를 이끌었다. 당시 변준형이 3점 슛을 성공시킬 때마다 함박웃음을 지은 김 감독은 변준형에게 “오늘처럼만 하면 너는 진짜 코리안 어빙이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이제는 변준형이 1번(포인트 가드)과 2번(슈팅 가드) 역할을 모두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인 시절 변준형은 경기력의 기복이 심하고, 경기 조율의 안정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에는 김 감독의 혹독한 지도 아래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어지면서 동료의 득점을 돕는 능력이 향상됐다. 프로농구 데뷔 시즌(2018~2019시즌)에 평균 2개였던 변준형의 어시스트 기록은 이번 시즌 평균 3.8개가 됐다.

김승기 KGC 감독은 LG로 이적한 포인트 가드 이재도의 빈 자리를 메울 선수로 화려한 기술을 가진 가드 변준형을 꼽았다. KBL 제공
김 감독은 “변준형은 아직 자신의 잠재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번 시즌 점수를 준다면 80점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화려한 개인기와 탁월한 득점력을 바탕으로 팬들에게 인기가 많은 변준형이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까지 갖추게 되면 KGC가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변준형은 최우수선수(MVP)까지 노릴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선수”라면서 “변준형이 빠르게 성장한다면 KGC는 한 번 더 우승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설 교수’의 놀라운 득점력
KGC가 챔피언결정전 정상에 오른 동력 중 하나는 정규리그 막판에 합류한 제러드 설린저(29·204cm)의 폭발적인 득점력이었다. 5라운드(한 시즌은 총 6라운드)가 진행 중이던 3월 크리스 맥컬러의 대체 선수로 KGC의 유니폼을 입은 설린저는 NBA 보스턴과 토론토에서 정규리그 269경기를 뛴 선수다. 골밑과 외곽에서 모두 득점이 가능한 센터인 설린저는 PO에서 평균 27.8득점, 12.8리바운드, 4.4어시스트의 성적으로 상대 팀 외국인 선수들을 압도했다. NBA 출신의 화려한 경력을 가진 그는 상대 선수들을 한 수 가르치듯 여유롭게 공격을 전개해 농구 팬들로부터 ‘설 교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김 감독은 “설린저를 영입하기 전에 그의 경기 영상을 봤는데 볼 캐치와 패스 등 기본기부터 차원이 달랐다”고 말했다. 정식 계약 전에 설린저와 영상 통화를 했다는 김 감독은 “설린저가 내게 ‘어떤 역할을 맡기실 생각이냐’고 물었다. 그가 다재다능한 선수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골밑이든 외곽이든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설린저는 경기 흐름에 따라 직접 골밑을 공략하거나, 외곽에서 3점 슛을 터뜨리며 김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설린저는 KCC의 센터, 장신 포워드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김 감독은 “한 번은 설린저를 거칠게 수비한 상대 선수에게 심판이 반칙을 주지 않아서 작전 타임을 불러 항의를 하려고 했다. 그런데 설린저가 나를 막아서면서 ‘괜찮아요.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보세요’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이후 설린저는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는 것을 역으로 이용해 절묘한 패스로 슈터들의 외곽 득점을 도왔다.

미국프로농구(NBA) 출신인 제러드 설린저는 막강한 공격력을 앞세워 KGC의 우승을 이끌었다. 사진은 플레이오프 최우수선수(MVP)에 등극한 설린저가 환하게 웃는 모습. KBL 제공
현재 설린저는 중국 프로농구 진출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무대에서의 맹활약으로 몸값이 올라 국내 구단이 다시 그를 영입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 감독은 “설린저에게 2, 3년 뒤에라도 다시 한국에 오면 함께 하자고 했더니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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