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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스포츠

전주원 “21년 전처럼 올림픽 트리플더블 나왔으면”[정윤철의 스포츠人]

입력 2021-05-01 10:00업데이트 2021-05-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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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감독으로 불리는 게 어색하지만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며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월 여자농구 국가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전주원 우리은행 코치(49)에게 사령탑으로서의 출발을 앞둔 기분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림픽에 나설 선수들을 소집한 뒤 상견례를 마치면 비로소 감독이 됐다는 것을 실감할 것 같다”고 말했다. 10일 서울 송파구 대한농구협회 회의실에서 모이는 대표팀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은 뒤 다음 날부터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합숙 훈련을 시작한다.

국내 여름올림픽 단체 구기종목 사상 여성이 대표팀 수장(首長)에 오른 것은 전 감독이 처음이다. 겨울올림픽의 경우 2018년 평창대회 때 여성 지도자인 세라 머리 감독(캐나다)이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을 지휘했다.

국내 여름올림픽 단체 구기종목 사상 첫 여성 사령탑이 된 전주원 감독은 “선수들과 소통하는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동아일보DB
2011년 현역에서 은퇴한 뒤 프로팀(신한은행, 우리은행)과 국가대표팀에서 코치로 활동해온 전 감독은 가장 큰 무대인 올림픽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하게 됐다. 큰 일을 앞두고 걱정을 많이 하는 성격이라는 그는 “선수 관리와 전술 및 전략 구성에 대해 조언을 하는 코치에서 최종 결정을 하는 감독이 되니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여성 감독의 장점을 잘 살려 팀을 이끌고 싶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전 감독은 “선수들과 같은 여성이다 보니 선수의 심리 상태를 조금 더 세심하게 살필 수 있다”면서 “권위를 앞세우기보다 소통을 통해 선수들과의 거리감을 줄이는 감독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 조직력이 강한 ‘원 팀’
현역 시절 ‘누나부대’를 몰고 다닌 전 감독은 한국 여자농구의 전설이다. 그는 여자프로농구 현대산업개발과 신한은행에서 뛰면서 7번의 우승을 맛봤다. 현역에서 물러난 뒤에는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코치로 활동하며 7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과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 출전해 국가대표로도 맹활약한 전 감독은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 남녀 선수를 통틀어 최초로 ‘트리플더블’(3가지 부문에서 2자릿수의 성공을 기록하는 경우)을 일궈냈다. 그는 쿠바와의 경기에서 10득점 11어시스트 10리바운드로 한국의 승리(69-56)를 이끌었다. 당시 한국은 포인트 가드로 경기를 조율한 전주원과 골밑을 지킨 센터 정은순, 정선민 등의 활약에 힘입어 1984년 로스앤젤레스올림픽(은메달) 이후 최고 성적인 4위로 대회를 마쳤다.


전주원 감독은 2000년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 남녀 선수를 통틀어 최초로 ‘트리블더블’을 일궈냈다. 사진은 전 감독이 프랑스와의 경기에서 골밑 슛을 시도하는 모습. 동아일보DB
전 감독의 프로 통산 기록은 평균 10.34득점 6.56어시스트 3.95리바운드다. 센터들에 비해 키(176cm)가 작은 가드였던 그는 골 밑에서 리바운드를 많이 잡는 선수는 아니었다. 요즘 시드니올림픽 때의 기억을 떠올려 보고 있는 전 감독은 리바운드가 주특기가 아닌 자신이 쿠바전에서 10개의 리바운드를 잡아 트리플더블을 완성한 것은 끈끈한 팀 조직력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당시 센터들이 상대 장신(長身) 선수들과 몸싸움을 하면서 박스아웃(리바운드에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려고 몸으로 상대 선수를 밀어내는 것)을 하면 외곽에 있던 가드까지 골밑으로 달려들어 모두가 리바운드에 가담하는 전술을 썼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도쿄 올림에 나서는 대표팀 선수들이 유럽 선수들에 비해 작은 키 등 신체적 약점을 극복하려면 시드니올림픽 멤버들처럼 조직적인 움직임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센터들만 골 밑에서 사투를 벌이지 않고 모든 선수가 리바운드를 위해 몸을 던지는 ‘원 팀(one team)’을 만들고 싶다”면서 “21년 전 나처럼 올림픽에서 트리플더블을 만들어내는 선수가 탄생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자신감 있게 올림픽 무대 누비길”
한국 여자농구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13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밟는다. 국제농구연맹(FIBA) 랭킹 19위 한국은 2월 열린 올림픽 조 추첨식에서 스페인(3위), 캐나다(4위), 세르비아(8위) 등 강호들과 A조에 편성됐다. 도쿄올림픽은 12개국이 3개조로 나뉘어 조별 리그를 치른 뒤 각조 상위 2개국이 8강에 진출한다. 또 각조 3위의 성적을 비교해 상위 2개국이 8강에 합류한다. 전 감독은 “조 편성이 잘 될 것이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면서 “조 편성이 좋다 해서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전 감독은 도쿄올림픽에 나설 대표팀에 한국 여자농구의 ‘대들보’인 센터 박지수(KB스타즈·198cm)와 외곽 슛이 뛰어난 가드 박혜진(우리은행·178cm), 베테랑 포워드 김정은(우리은행·180cm) 등 12명을 선발했다.

한국 여자프로농구의 간판 스타인 박지수는 도쿄올림픽에서 한국의 골밑 공격을 이끌 핵심 자원이다. 동아일보DB
2020~2021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상(MVP)과 득점상(평균 22.33득점), 리바운드상(평균 15.23개) 등 7개 부문 상을 휩쓴 박지수는 대표팀의 주포다. 하지만 박지수는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기 위해 지난달 미국으로 출국해 11일부터 시작되는 국가대표팀의 합숙훈련에 참가할 수 없다. 2018년부터 박지수는 국내 여자프로농구 시즌이 종료되면 WNBA 팀인 라스베이거스 에이시스에 합류해 미국 무대를 누비고 있다. 양국 리그의 일정이 겹치기 않기 때문에 박지수는 한미 리그에서 모두 뛸 수 있다. 이번 시즌 WNBA는 15일(한국 시간) 개막한다.

박지수는 WNBA에서 뛰다가 올림픽 개막 2주 전에 대표팀에 합류할 전망이다. 전 감독은 “우선 11명의 대표팀 선수들로 최대한 조직력을 끌어올린 뒤 박지수의 합류를 기다리겠다”면서 “미국에 있는 박지수에게는 틈틈이 연락해 대표팀의 전술에 대해 알려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전 감독은 박지수가 미국으로 출국하기 전에 직접 만나 숙제를 내줬다고 한다. 그는 “박지수에게 미국에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꾸준히 하고, 경기도 최대한 많이 뛰어 체력을 끌어올리라고 당부했다”고 말했다.

전 감독은 지난 시즌 발목 부상으로 인해 정규리그 17경기(한 시즌은 30경기) 밖에 뛰지 못한 김정은을 발탁한 이유에 대해서는 “코트 위의 감독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확한 중거리 슛과 노련한 경기 운영이 강점인 김정은은 대표팀 멤버 중 유일하게 올림픽(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경험한 선수다. 전 감독은 “국제대회 경험이 많은 김정은이 코트 안에서 팀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현재 김정은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해 정상적으로 훈련을 소화할 수 있는 상태라고 한다.

전 감독은 베테랑과 젊은 선수들이 똘똘 뭉쳐 올림픽 무대가 주는 중압감을 이겨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는 “선수들이 도쿄올림픽을 통해 큰 무대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마음껏 기량을 뽐내 자신의 실력이 유럽 선수들을 상대로도 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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