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아내가 차범근·박지성 합해도 손흥민 못 따라간다더라”

대한민국 축구 레전드 차범근과 박지성이 축구팬들 사이에 오가는 이른바 ‘차·박·손’ 순위 논쟁을 종결시켰다.

차범근과 박지성은 지난 10일 방송된 KBS2 ‘대화의 희열3’에 출연해 그 간의 축구 인생을 풀어냈다.

이날 방송에서는 ‘해바라지’(해외축구의 할아버지) 차범근과 ‘해버지’(해외축구의 아버지) 박지성의 등장에 자연스럽게 ‘손세이셔널’ 손흥민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축구 팬들 사이에 화제를 모은 ‘차범근, 박지성, 손흥민 중 누가 최고냐’는 차박손 순위 논쟁때문이다.

차범근은 “아내는 차범근, 박지성 합해도 손흥민 못 따라간다고 하더라”고 말하며 1위는 손흥민, 2위는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뤄낸 박지성을 뽑았다. 이어 “난 타이틀이 없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이어 박지성은 “저는 차범근 감독님이 1위, 2위는 손흥민”이라며 “흥민이는 아직 선수 생활이 남아 있으니 1위가 되길 바란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이날 박지성의 출연은 정식 TV 토크쇼 첫 출연이었다. 박지성은 영광을 얻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되짚으며 대화를 나눴다.

‘영원한 캡틴’으로 기억되는 박지성이지만 국가대표 이전의 그는 눈에 띄는 선수는 아니었다고 했다.당시 무명이었던 박지성에게 ‘국가대표 자격’을 논하는 사람들의 의심도 따랐다. 하지만 박지성은 계속해 스스로의 실력을 증명하려 했고, 결국 2002년 월드컵 포르투갈전 레전드골을 터뜨리며 존재감을 뽐냈다.

박지성은 자신의 추국 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히딩크 감독의 이야기도 꺼냈다.

월드컵을 앞두고 부상으로 힘들어하던 박지성에게 히딩크 감독은 인생을 바꾼 한마디를 해줬다고 한다.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이) ‘너는 정신적으로 훌륭한 선수이기에, 유럽에서 뛸 수 있는 훌륭한 선수가 될 것이다’라고 얘기해 주셨다. 그저 그런 선수인 저에게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갖게 해줬다”고 말했다.

박지성은 “PSV 아인트호벤이기에 고민을 하나도 안했다”며 히딩크 감독의 손을 잡고 첫 유럽 무대를 밟았고, 당시 백지수표 계약 제안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실력을 보여주기 전에 무릎 부상으로 인해 첫 슬럼프를 겪었다고 했다. 그는 “처음으로 축구를 하는게 무서웠다”며 “내게 공이 오면 홈팬들의 야유가 시작됐고, 공이 떠나면 야유가 끝났다. 이런 상황이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박지성은 슬럼프 극복 방법도 공개했다. 그는 “사소한 것부터 다시 시작했다. 공을 받아 옆 선수에게 패스한 것 가지고도 ‘잘했어. 거봐. 할 수 있잖아’라고 스스로에게 칭찬했다”고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의 이적에 대해선 “경기를 못 뛰고 허송세월을 보낼 수도 있다는 최악의 상황도 생각했다. 그러나 이런 기회가 또 올까, 분명히 얻는 게 있을 거라고 생각해 도전했다”고 밝혔다.

그는 ‘유니폼 팔이’라는 부정적 시선에 대해서도 “내가 맨유에 온 건 PSV에서의 활약 때문이라고 생각했고, 사람들의 편견을 빨리 지워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차범근과 박지성의 두 번째 대화는 오는 17일 목요일 오후 10시40분 방송된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