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지명 철회’ 용단 NC, 한국 프로야구 ‘클린’ 위한 남은 과제는[김배중 기자의 핫코너]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8월 27일 17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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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손잡을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프로야구 NC 관계자는 최근 신인 1차 지명에서 선발한 김유성(18·김해고)에 대한 지명 철회 결정을 내린 후 이같이 말했다. 24일 1차 지명 이후 NC가 지명한 김유성에 대한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졌고 자체 진상조사에 나선 NC는 25일 “선수가 피해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할 수 있게끔 돕겠다”는 입장을 냈다 27일 지명철회라는 초강수를 뒀다.

24일 1차 지명 신인으로 NC에 지명된 이후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지며 NC로부터 지명 철회된 김해고 투수 김유성. NC 제공
24일 1차 지명 신인으로 NC에 지명된 이후 학교 폭력 논란이 불거지며 NC로부터 지명 철회된 김해고 투수 김유성. NC 제공
수도권과 다르게 지역 팜이 열악해 ‘대어’를 얻기 힘든 지방구단으로서는 내리기 힘든 ‘용단’이다. 키 190cm에 이르는 월등한 체구에 시속 140km가 넘는 공을 쉽게 던지는 대형 유망주의 등장에 고교야구 대회를 누비던 NC 스카우트의 얼굴에 올해만큼은 함박웃음이 가득했던 터였다. NC는 “사안이 중대한지 내부적으로 진지하게 검토했다. 그리고 심각한 사안으로 판단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앞으로도 선수의 과거이력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일이 재발하지 않게 노력 하겠다”고 밝혔다.

“다시 손잡을 일은 없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 이유는 NC가 1차 지명을 철회했지만 김유성의 ‘선수자격’이 박탈된 건 아니기 때문이다. NC와의 관계가 끊어진 김유성은 ‘2차 지명 대상’으로 분류돼 다음달 21일 열리는 지명 행사에서 NC를 포함해 전 구단의 지명이 가능해졌다. 앞으로 한 달 동안 김유성 측이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하고 용서를 받는다면, 김유성을 향한 비난의 목소리도 조금은 줄어들 수 있다. 상황이 좋아진다면 NC가 다시 품는 그림도 그려볼 수 있다. NC 관계자는 “원칙을 세우고 내린 결정이다. 우회로는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불미스러운 이력이 있는 선수에게 프로 타이틀이 주어질 지 여부는 남은 9개 구단의 결정에 달렸다. 앞서 키움은 2018년 1차 지명한 안우진의 학교폭력 논란이 불거졌지만 구단 역대 최고 계약금(6억 원)을 안겨줬다. 구단의 기대대로 성장 중인 안우진은 올 시즌도 팀의 핵심전력으로 활약 중이다. ‘학폭 논란’이 안우진에게 꼬리표처럼 따르지만 불펜투수로 팀 승리를 잘 지키는 그의 야구실력을 응원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이력 있는’ 선수들이 KBO리그에 진입하기 쉽지 않아졌다. 메이저리그에서 활약하다 올해 초 KBO리그 복귀를 타진했던 강정호(33)가 대표적인 사례다. 과거 세 차례 음주운전을 한 전력으로 물의를 빚은 강정호는 복귀시점에 맞춰 사과 기자회견을 열고 고개를 숙였지만 오래 전 돌아선 여론을 돌리지 못했다. 결국 스스로 복귀의사를 철회해야 했다.

철없던 시절 저지른 한번의 잘못에 평생의 주홍글씨를 새기는 건 가혹하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이 의견을 존중하는 구단이 있다면 그 유니폼을 입는 김유성의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수차례 강조했지만 번번이 깨진 ‘클린베이스볼’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김배중기자 wante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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