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범의 벼락슛, 일본 침몰시켰다… 벤투호 동아시안컵 첫 3연패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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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승-개최국-무실점 우승까지… 네가지 신기록 한꺼번에 달성
대표팀 선 굵은 축구로 파상공세, 수비라인도 日공격 효과적 봉쇄
日응원단, 유상철 쾌유 응원 눈길
홍콩 응원단 물품검사 항의-구호… 앞선 중국-홍콩전은 분위기 험악

“日골문 뚫었다” MVP 황인범 결승골 환호 황인범(오른쪽)이 18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라이벌 일본과의 2019 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전반 28분 중거리 슛으로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황인범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긴 한국은 대회 사상 첫 3연패 등 여러 기록을 세우며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첫 국제대회 정상에 올랐다. 황인범은 이번 대회 첫 경기인 홍콩전에서는 한국의 첫 골을 터뜨렸다. 부산=뉴스1
“日골문 뚫었다” MVP 황인범 결승골 환호 황인범(오른쪽)이 18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라이벌 일본과의 2019 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전반 28분 중거리 슛으로 득점한 뒤 환호하고 있다. 대회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된 황인범의 결승골을 앞세워 1-0으로 이긴 한국은 대회 사상 첫 3연패 등 여러 기록을 세우며 파울루 벤투 감독 부임 이후 첫 국제대회 정상에 올랐다. 황인범은 이번 대회 첫 경기인 홍콩전에서는 한국의 첫 골을 터뜨렸다. 부산=뉴스1
공격수는 천둥처럼 돌진했고 수비수는 번개처럼 뛰었다. 오랜만에 ‘선 굵은 축구’를 구사한 한국 축구대표팀이 한일전에서 화끈한 승리를 거두며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사상 첫 3연속 우승, 전승 우승, 개최국 우승, 무실점 우승이라는 ‘네 가지 신기록’을 한꺼번에 달성했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18일 부산아시아드 주경기장에서 열린 동아시안컵 최종전에서 일본을 1-0으로 눌렀다. 전반 28분 황인범이 쏘아올린 호쾌한 중거리 왼발 슈팅 골은 결승골이 됐다. 이로써 한국은 3승을 기록해 일본(2승 1패)을 제치고 타이틀을 지켰다. 3경기를 치르는 동안 단 1골도 내주지 않는 철벽 수비를 펼쳤다.

이번 대회 한국의 4골 가운데 2골을 기록한 황인범은 최우수선수(MVP)에 뽑혔다.

파울루 벤투 대표팀 감독은 일본을 맞아 빌드업을 중시하는 자신의 스타일 대신 20대 초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일본 대표팀의 강점인 힘과 속도에 맞불을 놓았다. 한국은 기회가 생기면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치고 나가며 일본의 골문을 위협했다.

한국의 득점도 이 같은 ‘공수 합작’에서 나왔다. 수비수 김진수가 공을 몰고 일본의 페널티박스 안까지 쇄도했다가 다시 뒤로 전해준 공을 황인범이 받아 페널티 박스 바깥쪽 중앙에서 왼발로 강하게 차 넣어 골을 뽑아냈다. 한국은 코너킥 세트피스 상황에서 줄기차게 김영권, 김민재 등 수비수들이 일본의 허를 찌르며 달려들어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하는 등 경기 내내 공세를 늦추지 않았다.

일본은 당황한 모습이 역력했다. 전반 중반부터는 한국이 공을 잡으면 최종 수비라인을 다섯 명으로 늘리며 한국의 파상공세를 간신히 막아냈다.

경기 전까지 일본의 반도체 부품 수출 규제와 한국의 불매운동 등으로 험악한 분위기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썰렁하던 이전 경기와 달리 2만9252명이 몰린 관중석에는 열띤 응원전이 펼쳐졌다. 특히 일본 응원단 ‘울트라 니폰’은 췌장암 투병 중인 유상철 인천 감독을 응원하는 ‘할 수 있다 유상철 형’ 플래카드를 경기장에 내걸어 한국 축구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유 감독의 쾌유를 비는 플래카드는 한국 응원석에도 걸렸다.

중국 국가 울리자 등돌린 홍콩 응원석 ‘홍콩에 자유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든 홍콩 축구팬들이 18일 열린 홍콩과 중국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경기에 앞선 국가 연주 시간에 중국 국가가 울려 퍼지자 그라운드를 등지고 있다. 반중 시위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홍콩의 일부 팬들은 ‘손가락 욕’을 하기도 했다. 홍콩이 국제 대회에서 국가로 중국의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사용하기 때문에 반감을 표시한 것이다. 이 경기에서 홍콩은 0-2로 졌다. 부산=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중국 국가 울리자 등돌린 홍콩 응원석 ‘홍콩에 자유를’ 등의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든 홍콩 축구팬들이 18일 열린 홍콩과 중국의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경기에 앞선 국가 연주 시간에 중국 국가가 울려 퍼지자 그라운드를 등지고 있다. 반중 시위로 중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홍콩의 일부 팬들은 ‘손가락 욕’을 하기도 했다. 홍콩이 국제 대회에서 국가로 중국의 국가인 ‘의용군 행진곡’을 사용하기 때문에 반감을 표시한 것이다. 이 경기에서 홍콩은 0-2로 졌다. 부산=김민성 스포츠동아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와 대조적으로 한일전 직전에 치러졌던 홍콩과 중국의 경기에서는 험악한 장면이 수차례 연출됐다. 경기장에 입장하는 홍콩 응원단의 소지품을 철저하게 검사하는 과정에서 홍콩 응원단들이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홍콩 팬들은 “정치 문구가 아닌데도 플래카드를 빼앗아가는 이유가 뭐냐”, “물품 검사가 너무 엄격해 경기장 입장 시간이 늦어지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홍콩 응원단 200여 명은 경기 전 중국 국가가 연주될 때 야유와 손가락 욕을 하며 항의 표시를 했다. 경기장에는 “홍콩을 위해 죽음을”, “홍콩의 혼은 사라지지 않는다” 등 정치 구호와 축구 응원 문구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구호가 적힌 걸개를 내걸기도 했다.

반면 중국 응원단은 20여 명의 단출한 응원단이 오성홍기를 제외한 단 하나의 플래카드도 걸지 않고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분위기를 취재하던 기자에게 “치킨을 파는 곳은 없냐”고 묻기도 했다. 응원전에서는 홍콩이 우위를 지켰으나 경기에선 중국이 2-0으로 이겼다. 홍콩은 3전 전패로 4개국 중 최하위로 마쳤다. 중국은 1승 2패.

부산=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
#동아시아축구연맹#동아시안컵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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