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만으로는 열매를 딸 수 없다…U-20 월드컵 준우승의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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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1일 16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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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20 축구대표팀 이강인이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준우승 기념 격려금 전달식’을 앞두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U-20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 21명에게 주전, 비주전 관계없이 약 2천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 News1
U20 축구대표팀 이강인이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준우승 기념 격려금 전달식’을 앞두고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U-20 월드컵에 참가했던 선수 21명에게 주전, 비주전 관계없이 약 2천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 © News1
정정용 감독과 그의 제자들이 지난 6월 폴란드에서 건져 올린 ‘2019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 준우승이라는 쾌거는 여기저기서 ‘기적’ ‘신화’라는 표현이 나올 만큼 믿을 수 없는 성과였다. ‘한국 남자축구 역사상 최초의 FIFA 주관대회 준우승’이라는 표현에서 알 수 있듯 그 어떤 선배들도 하지 못한 벽을 넘었다.

기적이라는 표현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그래도 ‘사람이 하는 일’인데 100% 기적만 말한다면 준비하고 행한 이들의 노력을 폄하하는 일이다. 운의 도움 반대편에서 ‘준비해오던 계획’도 있었기에 ‘세계 2위’라는 결실이 가능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일 서울 중구 소공동에 위치한 웨스틴조선호텔에서 ‘FIFA U-20 월드컵 준우승 기념 격려금 전달식’을 개최했다. 이 자리를 끝으로 U-20 월드컵과 관련된 모든 공식행사는 마무리된다. 축구 팬들에게 큰 기쁨을 선물한 자랑스러운 스물들과의 추억은 이제 과거의 한 페이지로 들어가게 된다.

앞으로 써내려가야 할 새로운 역사가 많이 남아 있기에 그 좋은 것만 계속 붙잡고 있을 수는 없다. 하지만 ‘왜’ ‘무엇’이 원동력이 되었는지 짚어보는 작업은 필요하다. 일단 축구협회는 큰 틀에서의 분석 자료를 내놓았다.

정몽규(왼쪽부터) 대한축구협회 회장, U20 축구대표팀 이강인, 정정용 감독이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준우승 기념 격려금 전달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
정몽규(왼쪽부터) 대한축구협회 회장, U20 축구대표팀 이강인, 정정용 감독이 1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FIFA U20 월드컵 준우승 기념 격려금 전달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News1
KFA는 이번 U-20 대표팀의 성공요인을 Δ골든에이지 프로그램 Δ전임지도자 제도 Δ주말리그 정착 등으로 꼽았다. 길게는 10년 전, 짧게는 5년 전부터 축구협회가 의욕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유소년 육성 시스템인데 이것이 ‘폴란드 기적’의 단초가 됐다는 설명이다.

KFA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은 상비군 제도를 개편해 2014년부터 시작한 유소년 육성 프로그램으로 지역, 광역, 영재센터로 이어지는 3단계 시스템을 통해 유망주를 발굴하고 폭넓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과거 상비군 제도에서는 연간 280명만이 혜택을 받았지만 골든에이지는 연간 4575명이 참여했다.

이번에 폴란드 월드컵에 참가한 U-20 대표팀은 ‘골든에이지 1세대’라 칭해도 좋을 자원들이다. 최종 엔트리 21명 중 15명이 이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을 경험했다.

울산 현대고 출신으로 현재는 디나모 자그레브(우크라이나) 소속인 센터백 김현우는 “나 역시 골든에이지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았다. 그때 소속팀에서 경험해 보지 못했던 지도를 골든에이지 프로그램 때 받아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전임지도자 제도도 큰 역할을 했다. 약 10년 전인 2008년만 해도 협회 전임 지도자는 6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번 U-20 대표팀 코칭스태프를 포함, 2019년 현재 전임지도자는 총 15명이다.

협회 관계자는 “연령별 전임지도자는 장기간 단일팀을 육성할 수 있다. 자연스레 지도자의 축구 철학이나 전술 이식 등이 용이하다”면서 “이번 대회의 결실도 이런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정정용 감독은 “개인적으로 전임지도자로 생활한지 10년이 됐고 약 2년 전부터는 이번 대회만 바라보고 한길을 걸었다”는 표현으로 ‘집중의 결과물’이라는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U-20 대표팀 특징으로 회자된 ‘즐기는 축구’는 2009년 시작된 주말리그와 맞닿아 있다. 이번 U-20 대표팀은 초등학교 때부터 주말리그를 실시한 1세대인데, 전국대회만 경험한 이들에 비해 경기를 즐겼다는 평가가 많다.

이번 대회를 통해 앞으로도 축구협회는 ‘미래를 위한 투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축구협회 전한진 사무총장은 “올해 기준으로 유청소년 사업에만 160억원이 투자되고 있다”며 “전체 예산의 약 20%를 차지하는 큰 금액으로 매년 해당 예산을 우선 배정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고 밝혔다.

KFA 홍명보 전무는 “한국형 퓨처팀 운영, 해외 협약을 통한 선수 육성, 스몰사이드 게임 정착, 저학년 대회 및 리그 등 다양한 유소년 정책을 기획하여 실행할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 한국 축구가 발전하고 강해질 수 있는 방안을 언제나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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