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 고친다구장에서 불펜 투구를 마치고 나온 정우람(34·사진)의 왼손 검지와 중지에는 새로 칠한 듯한 흰색 매니큐어가 눈에 띄었다. 그는 “손톱이 잘 깨져서 보호를 위해 매니큐어를 바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15년 불펜 투수 생활을 하며 신기할 정도로 부상이 없는 정우람에게 팬들은 ‘사이보그’가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했다. SK 필승조에 몸담았던 2010시즌 102이닝, 2011시즌 94와 3분의 1이닝 등 두 시즌 연속 KBO 불펜 투수 가운데 가장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도 어깨나 팔꿈치 부상이 없던 그다. 하지만 예기치 못하게 부러지는 손톱은 ‘옥에 티’였다. SK가 한참 순위 싸움을 이어가던 중에도 손톱이 깨지면 일주일씩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매일 아침 정우람은 손톱을 짧게 다듬고 매니큐어를 칠한다. 손톱이 깨지지 않게 투구하는 노하우도 쌓였다. 이처럼 ‘철완’ 정우람을 있게 한 것은 철저한 자기관리다. 송진우 한화 투수코치는 “모든 투수가 자기만의 루틴이 있지만 정우람만큼 계획을 철저하게 지키는 선수는 드물다. 경기를 나가든, 나가지 않든 1회부터 9회까지 자기만의 몸 푸는 방식이 있다. 자기만의 야구 철학이 확실한 선수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35세이브로 생애 첫 구원왕에 오른 그는 30대 중반의 나이에도 직구 평균 구속이 2015시즌 시속 138.2km에서 지난해 140.6km로 올랐다. ‘롱런’의 비결에 대해 정우람은 “무엇보다 계속 운동을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하다. 시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노하우가 쌓이면서 몸 상태는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불펜 야구를 진두지휘하며 한화의 11년 만의 가을야구 진출에 공을 세운 정우람은 올 시즌 ‘불펜 야구 시즌2’를 예고했다. 스프링캠프 투수조장인 그는 큰 경기를 경험하며 훌쩍 성장한 후배들과 다시 한번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린다. “가을야구를 경험해본 투수들의 자신감이 많이 올라왔다. 좋은 경험을 많이 쌓은 게 가장 큰 수확이다. 가을야구 한 번에 그치지 않고 계속 나가보자고 얘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우람은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불펜 피칭을 6∼7차례 소화했다. 투구 수를 100구까지 늘렸다가 40∼50개로 줄이며 몸을 다듬고 있다. 지난 시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아경기 대표팀 출전 이후 체력 저하로 고전했던 그는 12월 말 일찌감치 오키나와에 들어와 개인훈련을 시작했다. 여름을 버틸 수 있도록 하체 근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뒀다. 그는 “시즌 끝까지 꾸준히 던질 수 있는 체력을 만들고자 한다. 훈련은 부상 없이 계획한 대로 잘되고 있다. 두 달째 오키나와에 있다보니 피로가 쌓이긴 했지만 훈련량을 조금씩 줄여서 개막 때 최선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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