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는 국내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명문구단이다. 전신 현대 시절을 포함해 5차례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했다.
경기 외적인 부분에서도 ‘명문’이었다. 정상영 명예회장과 정몽익 구단주가 농구단에 애정이 각별해 가장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팀이다. 은퇴선수들의 진로를 보장하는 등 선수들의 복지까지 신경 쓰고 있다. 2015년에는 프랜차이즈 스타였던 추승균을 감독 자리에 앉히면서 팀의 자부심을 높이기도 했다. 또한 KBL과 대한농구협회가 스폰서를 찾지 못할 때마다 기꺼이 손을 내미는 등 한국농구 발전에도 기여했다.
그러나 최근 KCC의 행보는 명문구단과는 거리가 멀다. KCC는 지난달 30일 전창진 전 KGC감독을 수석코치로 임명했다. 전 전 감독은 2015년 불법스포츠도박 혐의를 받았다. 3년간 법정 공방 끝에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도박에 대해서는 2심에서 100만원의 벌금형을 받았다. KBL은 전 전 감독에 대해 ‘무기한 등록 자격불허’ 조치를 내린 상태였다. KCC는 KBL에 코치 등록을 요청했지만 KBL 재정위원회는 불가 방침을 내렸다.
KCC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전 전 감독에게 기술고문직을 맡겼다. 경기 때 벤치에만 앉지 못할 뿐 팀 훈련과 라커룸 미팅까지는 함께한다.
KCC 최형길 단장은 전 전 감독의 능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둘은 용산고 선후배 사이이자 원주 DB의 전신이었던 TG삼보 시절에는 사무국장과 감독으로서 함께 우승을 일군 경험도 있다. 그러나 전 전 감독의 능력을 활용하고 그에 대한 구단의 신뢰를 드러내기 이전에 결백을 입증하고 팬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우선적으로 이뤄졌어야 했다. 지도자 선임에 있어서 팬들을 설득할 의무는 없지만, 전 전 감독의 경우는 다르다. 법적으로 무혐의 판결을 받았지만 과거 통신사(KT) 감독이었음에도 대포폰과 차명계좌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농구팬들은 여전히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KCC가 전 전 감독을 마냥 기술고문 자리에 둘 것이라 생각하는 이는 없다. 농구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감독 선임으로 가기 위한 절차일 뿐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현재 KCC의 행보는 팬들의 질타, KBL의 방침이 어떻든 ‘우리 갈 길을 간다’는 모양새밖에 되지 않는다. ‘팬 없는 프로스포츠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말을 다시금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여론을 무시한 KCC는 스스로 명문구단의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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