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못 끈 ‘소방수 독수리’… 생애 가장 떨리는 1주일

  • 동아일보

최용수 감독의 서울, 결국 승강PO로
승격PO 통과한 부산과 6, 9일 격돌… 10월 “강등권 탈출” 중책 맡았지만
불운도 겹치며 팀 최대굴욕 지켜봐… “많이 꼬였지만 살아남도록 최선”
4년 만의 1부 복귀 노리는 부산… “상대 부담감 파고들 전략 준비”

“정말 괴롭다. 살아남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2010년대 초반 프로축구를 호령했던 명문 구단 서울이 창단 후 처음으로 2부 리그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최용수 서울 감독(45·사진)은 1일 서울이 상주와의 리그 최종전에서 0-1로 패한 직후 무거운 표정으로 기자회견장을 찾았다. 10월 ‘소방수’의 중책을 맡아 긴급 투입됐음에도 명가 재건의 소명을 다하지 못했음을 자책하는 듯했다.

최 감독은 “서울은 항상 K리그의 중심에 서 있던 팀이다. 하지만 현 상황에 대해 누구 탓도 하고 싶지 않다”며 “무언가 많이 꼬여 있는 것 같다”고 복잡한 심경을 전했다.

서울은 이날 비기기만 해도 1부 리그에 잔류할 수 있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박주영을 앞세워 상주를 매섭게 몰아붙였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후반 19분 윤빛가람의 슈팅이 박용지(이상 상주)의 발을 맞고 골망을 가르는 상주(최종 10위)의 ‘행운의 결승골’이 터졌다.

같은 시각 인천(9위)마저 전남을 3-1로 꺾으면서 서울은 11위로 떨어졌다. 서울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 것. 승강제가 도입된 2013년 이후 K리그1 11위 팀은 2부 리그 승강 플레이오프 진출 팀과 경기를 치러 1부 리그 잔류 여부를 결정한다.

과거 서울의 영광을 이끌었던 최 감독으로서는 굴욕적인 순간이었다. 최 감독은 2011년 감독대행직을 맡은 데 이어 이듬해 서울의 10대 감독으로 정식 취임해 2012년 리그와 2015년 대한축구협회(FA)컵 우승을 이끌었다. 2016년 시즌 중반 중국 리그로 떠나기 전 최 감독은 서울에서 K리그 최연소 최단기간 100승 달성 기록까지 세웠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기자회견장에서) 본인도 얘기했듯 선수들 앞에서는 불안한 기색을 내비치지 않지만 최 감독의 속은 시커멓게 타들어 가고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서울의 승강 플레이오프 상대는 부산으로 정해졌다. 부산은 이날 홈에서 열린 K리그2 플레이오프에서 대전을 3-0으로 꺾고 승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다. 부산은 한껏 기가 꺾인 서울과는 달리 4년 만의 1부 리그 복귀를 꿈꾸고 있다. 부산은 지난해에도 승강 플레이오프에 올랐지만 상주와 1, 2차 합계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져서(4-5) 승격에 실패했다. 지금껏 5번 있었던 승강 플레이오프에서 2부 리그 진출 팀이 승격에 실패한 것은 이때가 처음.

최윤겸 부산 감독은 “상대가 서울이 될지는 예상치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서울도 부담스러운 상황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걸 노리고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서울과 부산의 승강 플레이오프는 6일(부산 구덕운동장)과 9일(서울월드컵경기장)에 열린다.
 
김재형 기자 monami@donga.com
#프로축구#fc서울#2부리그 강등#최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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