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퍽’ 53개나 막아낸 달튼

  • 동아일보
  • 입력 2017년 12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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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56개 소나기슛 속 선방… “졌지만 한국 경쟁력 보여줘
예상 뛰어넘어 자랑스럽다”

“경기다운 경기를 해냈다.”

마스크를 벗고 취재진을 맞은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수문장 맷 달튼(31·안양 한라·사진)의 얼굴엔 그 어느 때보다 환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경기가 끝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온몸은 땀으로 흥건했다.

13일 열린 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 캐나다와의 경기에서 달튼은 신들린 듯한 선방으로 한국의 선전을 이끌었다.

세계 최고 공격수들로 구성된 캐나다는 달튼이 지키는 한국 골문을 향해 쉴 새 없이 퍽을 때렸다. 경기 내내 무려 56개의 소나기 슛이 쏟아졌다. 달튼은 그 가운데 53개를 막았다. 세이브율이 무려 94.6%였다. 경기 후 한국팀 최우수선수(MVP)는 달튼의 몫이었다.

캐나다 출신인 달튼은 2009년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보스턴과 계약했으나 단 한 경기도 출전하지 못했다. 이후 러시아아이스하키리그(KHL)를 거쳐 한국에 왔고 지난해 4월 특별귀화를 통해 태극마크를 달았다. 이날 그는 NHL 출신이 23명이나 포진한 친정팀 캐나다를 상대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기분이 묘하다”라는 말로 입은 연 달튼은 “세계 최강 캐나다와 상대한다는 생각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모든 사람들의 예상을 뛰어넘는 훌륭한 경기를 한 우리 팀이 자랑스럽다. 오늘처럼만 한다면 내년 2월 평창 올림픽에서 더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피드가 강조되는 최근 아이스하키 흐름에서 골리의 역할은 팀 전력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달튼이 골문을 든든히 지켜내면서 한국은 캐나다의 공세에 맞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반격을 할 수 있었다. 달튼은 “비록 졌지만 한국 아이스하키 특유의 경쟁력을 보여준 게 수확이다. 더 많은 팬들께서 아이스하키의 즐거움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캐나다와 러시아 언론들로부터 평창 올림픽이 열리는 한국을 소개해 달라는 질문을 받은 달튼은 ‘한국인’답게 이렇게 말했다. “음식이 훌륭하고 사람들이 무척 친절하다. 평창과 강릉, 서울엔 볼거리, 즐길거리가 넘친다. 한국을 방문해 올림픽을 즐기시길 바란다.”
 
모스크바=이헌재 기자 uni@donga.com
#한국 남자 아이스하키 대표팀#맷 달튼#2017 유로하키투어 채널원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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