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임기영과 어머니의 108배, 그리고 박치왕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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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7년 4월 15일 0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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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임기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임기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임기영(24)은 2012년 한화에 입단했을 때만 해도 유망주에 불과했다. 2013년 26경기에 나갔지만 1승2패, 1홀드, 방어율 4.50으로 평범했다. 2014년에는 14경기밖에 등판하지 못했고, 성적도 1승1패, 방어율 6.75로 저조했다.

2015년 임기영은 야구인생은 전환점을 맞았다.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한화로 이적한 송은범(33)의 보상선수로 KIA로 이적하게 된 것이다. 당시 그는 상무 입대를 앞두고 있었다. 군 입대 선수를 지명한 KIA의 선택은 의외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KIA는 기꺼이 2년을 기다렸다. 기다림은 헛되지 않았다. 군 복무를 마치고 KIA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임기영은 팀에 가장 필요한 순간 호투를 펼치고 있다.

KIA 임기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임기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즐겁게 야구해라” 상무 박치왕 감독의 주문

KIA 김기태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임기영을 선발 후보로 분류했다. 임기영도 김 감독의 기대에 부응했다. 3번의 시범경기에서 9이닝 8안타 6삼진 1실점하며 홍건희 김윤동과 함께 빈 4·5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임기영의 선발 전환은 성공을 거두고 있다. 선발로서 아직 2경기밖에 치르지 않았지만 6일 광주 SK전에서 6이닝 4안타 2삼진 1실점으로 호투하더니, 12일 잠실 두산전에서는 5이닝 5안타 5삼진 3실점(1자책점)하며 데뷔 첫 선발승을 거뒀다. 직구 최고 구속은 134㎞에 불과했지만 날카로운 제구력을 이용해 상대타자들을 맘껏 요리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야수들의 실책이 나왔음에도 흔들림 없이 공을 던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임기영의 선전을 누구보다 기뻐한 이는 상무 박치왕 감독이었다. 임기영은 선발승을 거둔 다음날 인사를 하기 위해 박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나 박 감독은 오히려 “축하한다. 내가 더 고맙다”며 제자의 성공에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임기영은 “한화에 있을 때까지는 마운드 위에서 생각이 많았다.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맞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때문에 자꾸 도망가는 피칭을 했다”며 “상무에 가서 가장 달라진 부분은 정신력인 것 같다. 타자들에게 맞는다고 다 안타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고, 만약 안타를 맞고 실점하거나 못 하면 2군에 가면 된다는 마음으로 공을 던지게 됐다. 단순하게 생각하고 공격적으로 공을 던졌더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박치왕 감독의 ‘즐겁게 야구하라’는 주문도 큰 힘이다. 그는 “감독님께서 부담보다는 즐겁게 야구를 하길 원하셨다”며 “감독님 덕분에 재미있게 야구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무 박치왕 감독. 스포츠동아DB
상무 박치왕 감독. 스포츠동아DB

● 아들을 위해 하루 3번의 108배도 마다않은 어머니

박 감독뿐만 아니다. 자신을 위해 108배의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 어머니가 있어 더 힘을 내야 한다. 임기영은 “어머니가 불교신자인데 내가 선발등판하는 날 108배를 하신다”며 “내가 두 번째 등판하는 날 아버지가 ‘더 정성을 들이라’고 말씀하셔서 어머니가 아침, 점심, 저녁으로 108배를 하셨다고 들었다. 그 덕분에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하루에 한 번도 힘든 게 108배다. 그러나 어머니는 아들을 위해 3번이나 공을 들여 절을 했다. 그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임기영은 더욱 이를 악물었다. 그는 “다들 2경기 잘 던졌으니까 자리 잡겠다는 말을 많이 해주시는데 개인적으로 그렇다고 생각 안 한다. 언제든지 2군에 내려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있다”며 “우리 팀에는 좋은 투수들이 많다. 김진우 선배님도 계시고 (홍)건희 형, (김)윤동이도 있다. 늘 매 이닝, 매 경기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절박한 마음이다. 올 시즌 목표도 특별하지 않다. 마운드에 올라가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다 하는 것, 그게 유일하다”고 말했다.

KIA 임기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KIA 임기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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