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김현수는 왜 논란 끝에 WBC서 하차했나?

  • 스포츠동아
  • 입력 2017년 1월 11일 16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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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수(29·볼티모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김현수(29·볼티모어).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김현수(29·볼티모어)가 끝내 2017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 불참한다. 대표팀 합류를 두고 진실공방까지 벌인 끝에 김인식 감독에게 대표팀 고사의 뜻을 밝혔다.

WBC 대표팀의 첫 공식일정인 예비소집이 11일 진행됐다. 설레는 마음으로 예비소집에 참가한 선수들은 유니폼과 장비를 착용하며 대회 준비에 나섰다.

그러나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얼굴은 밝지 못했다. 여론을 의식하며 시간을 끌어온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의 대표팀 합류를 최종 결정했지만, 대표팀 외야진을 이끌 현역 메이저리거인 김현수와 추신수(35·텍사스)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추신수는 WBC 부상방지위원회의 결론을 기다리기로 했지만, 김현수에 대해선 KBO 차원에서 소속팀인 볼티모어에 공식 항의를 고심할 정도로 격론이 오갔다.

문제는 김현수의 대회 참가에 대한 진정성 여부였다. 미국 현지에서 한국 대표팀을 담당하고 있는 코디네이터는 최근 선수노조로부터 받은 ‘김현수의 WBC 불참의사’를 KBO 측에 전달했다. KBO는 당황했다. 김현수의 에이전트사인 리코스포츠에 확인했으나, 리코스포츠는 물론 미국 현지 에이전트사 역시 그런 답변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진실공방이 우려되는 상황이었다. 김인식 감독은 김현수에게 직접 의사를 듣길 원했다.

한국에 머물고 있는 김현수는 이날 화보촬영이 있어 대표팀 예비소집에 불참했다. 코칭스태프는 회의를 끝낼 때까지 김현수의 답을 듣지 못했다. 그리고 모든 행사가 끝나고 돌아간 뒤, 김 감독과 김현수의 통화가 이뤄졌다.

최종적으로 김현수는 정중하게 대표팀 합류를 고사했다. 볼티모어와 2년 계약의 마지막 해, 여전히 불안한 팀내 입지를 감안하면 소속팀의 의중을 거스를 수 없었다. 특히 벅 쇼월터 감독은 10일(한국시간)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구단 소속선수들의 WBC 참가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볼티모어 지역언론도 가세해 ‘김현수는 WBC에 불참하는 게 이득일 것’이라며 쇼월터 감독을 지지했다.

지난해 초 김현수는 구단과의 갈등을 몸소 체험했다. 시범경기 부진으로 마이너리그 강등을 두고 구단과 힘겨루기를 했다.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통해 끝내 빅리그에 남았지만, 한동안 벤치에 머물게 하는 등 굴욕적인 시간을 버텨내야 했다.

볼티모어도 WBC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이 있다. 2013년 3회 대회 때 미겔 곤잘레스(멕시코)와 천 웨이인(대만)의 참가를 막았지만, 불펜투수 페드로 스트롭(도미니카공화국)이 출전을 강행했다. 당시 스트롭은 6.2이닝 무실점으로 도미니카공화국의 대회 우승을 이끌었으나, 소속팀 복귀 후 22.1이닝을 던져 3패 방어율 7.25의 처참한 부진을 겪고 트레이드됐다.

김현수의 에이전트인 이예랑 리코스포츠 대표는 “힘들게 결정한 것으로 안다. 워낙 대표팀을 좋아하고 재밌어 해서 가고 싶어 했는데 일정도 부담이 됐고, 대표팀 훈련도 함께 할 수 없는 상황(구단 스프링캠프 참여)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또 언론을 통해 구단이 달갑지 않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압박을 느끼지 않았나 싶다. 오늘 소집일이라 너무 늦어지면 안 될 것 같아 최종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구단과의 관계가 김현수를 궁지에 몰아넣은 측면도 있지만, 그의 WBC 불참 과정은 아쉬움이 남는다. 일찌감치 입장 정리도 못했고, 감독은 전화로 최종 의사를 전달받았다.

이명노 기자 nirva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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