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로의 여기는 PGA] 우산·전화벨·전동카트 없는 PGA투어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9월 7일 05시 45분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
‘즐겁게 신나게 그리고 열광적으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오프 2차전 도이치방크챔피언십(총상금 850만 달러)이 끝났다. 100명 중 생존에 성공한 70명만 3차전 BMW챔피언십(총상금 850만 달러)으로 향한다.

2일(한국시간)부터 미국 매사추세츠 주 노턴의 TPC보스턴(파71)에서 열린 나흘 동안의 대회는 플레이오프라는 긴장감보다 모두가 함께 즐기는 축제였다. 치열한 순위 싸움과 우승을 향한 경쟁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으며 함께 즐기려는 선수들의 행동과 팬 서비스는 감동 그 자체였다.

개막 첫날부터 엄청난 갤러리가 몰려왔다. 미국의 노동절 연휴까지 겹쳐 평소보다 더 많은 갤러리가 골프장을 찾았다. 얼마나 많은 갤러리가 몰려왔는지 코스를 걸을 때면 몸을 부딪치지 않고서는 이동하기 힘들 정도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갤러리는 백발의 노인부터 연인, 친구, 어린아이를 동반한 가족들, 심지어 거동이 불편해 휠체어를 타고 온 사람들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수만 명의 갤러리가 운집한 골프장은 생각보다 어수선하거나 복잡하지 않았다.

일단 없는 게 너무 많았다. 하지만 없어서 더 편했다. 우산과 전화벨과 전동카트는 존재하지 않았다. 국내에선 우산을 쓰고 경기를 관전하는 갤러리를 흔하게 본다. 뒤에서 우산을 접어달라고 하면 오히려 인상을 쓰며 기분 나쁜 표정을 짓는다. 우산을 쓴 갤러리는 비가 올 때만 보였다. 전화 벨소리는 일주일 동안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고, 당연히 큰 소리로 전화를 받는 갤러리도 없었다. 시도 때도 없이 코스를 휘젓고 다니는 전동카트는 갤러리들의 경기 관전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기도 하다. 함께 즐기려는 배려가 있기에 다소의 불편함 쯤은 얼마든지 감수했다.

편의시설은 말할 것도 없다. 코스 곳곳에선 두 가지 팻말이 자주 보였다. 첫 번째는 장애인 또는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전용공간과 어린이들을 위한 관람구역이었다. 대개는 스탠드 아래 또는 코스 가장 앞쪽에 전용구역을 마련해 뒀다. 장애인이나 어린아이가 없어도 이 구역으로 들어가 경기를 지켜보는 갤러리는 없다.

응원할 때는 열광적이다. 티샷이 끝나자마자 “인 더 홀(In the Hole)”이라고 외쳐 홀인원을 응원하기도 하고, 힘든 상황에서 그림 같은 샷을 만들어 낼 때면 휘파람을 불며 목이 터져라 소리친다. 선수들은 갤러리의 열광적인 응원에 더 힘을 내고 때로는 더 크게 응원하라며 갤러리를 향해 손짓을 하기도 한다.

PGA투어는 어마어마한 상금이 걸려 있는 세계 최대의 프로골프무대다. 그러나 선수들은 단순히 상금을 따내는 것에만 목적을 두지 않는다. 갤러리 역시 대접을 받으려 하거나 생색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 다 같이 즐기며 하나의 축제로 만들어가는 PGA 투어가 부러웠다.

노턴(미 매사추세츠 주)|주영로 생활경제부 기자 na187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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