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고… 한 뼘 더 큰 박해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6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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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할타 목표로 겨우내 바꾼 타격폼… 시즌 시작되자 방망이 침묵 냉가슴
‘잔인한 4월’ 마지막 날 홈런치며 탈출… 5월 이후 타율 0.391, 도루도 3위로

삼성 박해민
삼성 박해민
삼성 박해민(26)은 지난해 홈런을 단 한 개도 치지 못했다. 타율도 3할을 넘기지 못했다. 하지만 류중일 삼성 감독은 지난해 박해민 없이 단 한 경기도 치르지 않았다. 박해민의 넓은 수비 범위와 빠른 발을 높이 샀기 때문이다.

지난해 도루왕(60개)을 차지한 박해민은 “아쉬웠던 타격 부분을 업그레이드하고 싶다. 마무리 캠프 때부터 더 신경을 쓰겠다”고 말했다. 2014년 0.297, 2015년 0.293으로 2년 연속 넘지 못한 3할 타율의 벽을 넘어보겠다는 각오였다. 자신의 말대로 스프링 캠프 동안 박해민은 타격 폼을 대대적으로 손봤다. 투수 쪽으로 기울던 오른 어깨는 수평으로 맞췄고, 발을 들었다 놓으며 타격하는 자세도 버렸다. 노력은 빛을 보는 듯했다. 시범경기에서 타율은 0.393까지 치솟았고, 홈런도 자신의 통산 홈런 수와 같은 2개나 기록했다.

하지만 정작 시즌이 시작된 4월이 박해민에게는 ‘잔인한 달’이 됐다. 타율은 1할대를 맴돌았고, 자신 있던 도루마저 1개밖에 성공시키지 못했다. 도루 실패는 4개나 기록했다. 지난 시즌 통틀어 도루 실패가 8개밖에 없던 박해민으로서는 참담한 성적표였다. 처음 겪어보는 긴 부진에 박해민은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이러다간 2군에 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그의 머리를 어지럽혔다. 늦은 밤 실내연습장에서 방망이를 휘둘러 봤지만 성적은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끝없이 이어진 슬럼프의 끝을 알린 건 4월의 마지막 날 터진 비거리 120m의 대형 홈런이었다. 전날 류중일 감독이 마련해준 개인 특별 타격훈련이 하루 만에 효과를 본 것이다. 박해민은 “‘나도 이렇게 배려를 받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간 스스로 위축된 게 컸는데 다시 편하게 칠 수 있었다”고 말했다. 5월 이후 박해민의 타율은 0.391에 달한다. 도루도 어느새 18개를 기록하며 이 부문 3위까지 올랐다. 웹스터, 레온, 발디리스 등 외국인 선수 모두와 구자욱의 부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류중일 감독에게 ‘언제든 뛸 수 있는 박해민’은 올해도 매력적인 카드가 됐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삼성 박해민#타격폼#홈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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