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허문명]불통 野神 김성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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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우승후보로까지 꼽혔던 한화 이글스의 승률이 1할대까지 추락했다. 6연패를 기록해 지금 꼴찌(10위)다. 일본인 투수코치는 개막 2주 만에 짐을 쌌다. 김성근 감독 아들인 김정준 전력분석코치는 ‘소통령’ 소리까지 듣는다. 아들 때문에 곤욕을 치른 과거 대통령들을 다시 만나는 듯하다.

▷비난은 김 감독에게 쏟아지고 있다. 야구 관련 게시판에는 그의 독선과 불통 리더십에 대한 비난 글들로 빼곡하다. 선수단 운영 자체가 비밀스럽고 투수가 흔들리면 이닝에 상관없이 바로 바꿔버리는 특유의 ‘벌떼’식 기용법도 도마에 올라 있다. 5연패 당한 날에도 밤늦게까지 선수들에게 ‘특타(특별타격훈련)’를 시킨 것이나 14일 1회 구원투수로 나온 송창식이 4와 3분의 2이닝 동안 무려 12점을 내주는데도 계속 던지게 해 ‘벌투(선수에게 벌을 준 투구)’ 논란을 부른 것도 ‘(선수)혹사 리더십’이란 비난을 들었다.

▷김 감독은 지난해 짜릿한 승부로 마약처럼 팬들을 끌어모은다는 ‘마리한화’ 별명까지 팀에 안겼다. 선수단 총연봉이 전체 구단 1위에 오를 정도로 파격적인 지원도 등에 업었다. 프로구단에서 성적은 모든 평가를 바꾸는 근거가 된다. 잘나갈 때 칭찬받던 그의 방식은 성적이 떨어지자 졸지에 낡은 리더십이 돼버렸다.

▷시중에는 김 감독과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오버랩된다는 말들이 나온다. 모든 걸 혼자 결정하고 직언을 허용하지 않는 스타일이 비슷하다는 거다. 야구팬들은 “지금 김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야신(野神)의 독선을 버리고 코치진에 마음을 여는 ‘아버지 리더십’”이라 입을 모은다. 박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이 ‘어머니 리더십’이란 여론처럼 말이다. 감독의 위기는 팀의 위기이지만 대통령의 위기는 나라의 위기다. 김 감독은 9개 팀만 상대하지만 대통령은 세가 커진 야당과 북한, 전 세계 강대국들을 상대해야 한다. 아직 시간은 있다. 대통령 임기는 1년 10개월 남아 있다. 김 감독도 총 144경기 중 10여 경기를 치렀을 뿐이다.
 
허문명 논설위원 angelhuh@donga.com
#한화 이글스#김성근#김정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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