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버스 대신 뚜벅이 출근 ‘박병호의 호기심’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4월 8일 05시 45분


박병호(왼쪽)가 메이저리그 생활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본인의 노력과 동료들의 도움 덕에 큰 어려움 없이 미국 무대에 적응 중이다. 스포츠동아DB
박병호(왼쪽)가 메이저리그 생활에 순조롭게 적응하고 있다. 본인의 노력과 동료들의 도움 덕에 큰 어려움 없이 미국 무대에 적응 중이다. 스포츠동아DB
■ 메이저리거로 산다는 것

동료들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어서…
미국선 상대 팀 전력분석도 스스로…
적극적 타격스타일? 쭉 이어갈래요


미네소타 박병호(30)는 7일(한국시간) 볼티모어 캠든야즈까지 걸어서 출근을 했다. 제 시간에 데려다주는 구단 버스를 탈 수 있었지만 굳이 걸었다. 이유를 물었더니 “다른 메이저리거들이 어떻게 하는지 보고 싶었다. 그들도 걸어서 혹은 택시를 타고 일찍 야구장에 나갔는데 뭘 하는지 알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박병호와 클럽하우스에서 인터뷰를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단어 중 하나가 “적응”이다. 지금 박병호는 메이저리그에서 ‘호기심 소년’처럼 행동한다. 빠른 적응을 위해 매사에 적극적이다.

훈련만 해도 한국에서 했던 방식을 굳이 바꾸지 않았지만 시간은 메이저리그 스케줄에 따라야 한다. 박병호의 KBO리그 홈런왕 커리어를 잘 아는 미네소타 코치진도 스타일을 존중해준다. ‘한국에서 어떻게 했는지’ 먼저 물어보고 메이저리그의 방식을 제시한다. 미네소타는 존중하고, 박병호는 겸손하다. 적응 속도가 빠르고 순탄하게 이뤄지는 이상적인 구조다.

실제 미네소타 폴 몰리터 감독은 5일 볼티모어와의 시즌 개막전을 2-3 끝내기 패배로 마감했으나 경기 직후 선수단 미팅을 열었다. 박병호의 메이저리그 데뷔 첫 안타를 축하해주려는 목적이 있었다. 박병호는 “감독님이 직접 첫 안타 볼을 전달해주셨다. 그리고 선수 전원이 박수를 쳤다. 선수 모두와 악수 아니면 하이파이브를 했다”고 말했다.

익히 알려진 대로 메이저리그는 개인주의적 문화가 강하다. 개성을 존중하지만 책임도 가차 없이 묻는다. 박병호는 “경기 전 전력분석만 해도 한국은 팀 미팅을 하는데 미국은 개인이 비디오를 보는 등 알아서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모든 것이 낯설지만 그 변화를 애써 즐기며 받아들이려는 박병호의 요즘 일상이다.

박병호는 7일 개막 2번째 경기인 볼티모어전에서 첫 타석에서 볼넷 1개만 얻어냈을 뿐 이후 3타석에서 전부 삼진을 당했다. 타율은 0.167(6타수 1안타)까지 하락했다. 볼넷과 사구가 1개씩 있었지만 5번의 아웃 중 4개가 삼진이었다. 1회 요바니 가야르도 상대로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냈지만 4회 10구까지 가는 풀카운트 승부 끝에 헛스윙 삼진을 당했다. 6회 마이칼 기븐스와 8회 대런 오데이 상대로도 헛스윙 3구 삼진이었다. 3차례 삼진을 살펴보면 박병호는 총 18구를 상대한 가운데 무려 13번 스윙을 했다. 헛스윙이 7번, 파울이 6번이었다. 박병호가 유인구에 속고 있고, 타이밍을 맞추는데 애를 먹고 있다는 증거다. 처음 상대하는 투수를 만나면 타자가 불리한 ‘초면효과’에 박병호가 휘말려 있다.

미네소타의 2-4 패배 직후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박병호는 “내가 당했다. (바깥쪽으로) 흘러나가는 변화구를 참지 못했다. 팀도 져서 아쉽다. 어쨌든 내가 극복해나가야 될 문제들이다. 타석에서 조금 더 집중하겠다”고 담담히 말했다. 박병호는 “새 투수의 새 구질이 생소하다는 것은 변명밖에 되지 않는다. 분석을 지금보다 더 확실히 해서 대처하겠다”고 곱씹었다. 스스로의 노력으로 풀어나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지금의 공격성을 자제할 생각은 없다. “좋은 카운트에서 타격을 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치려고 하는 것”이라는 말 속에는 메이저리그 투수들을 상대로 불리한 카운트로 몰려서는 가망이 없음을 알고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개막 2연전, 미네소타도 승리가 없었고, 박병호도 과제를 남겼다. 그러나 멘탈 자체가 흔들리는 것은 아니다. 박병호는 “새로 경기가 있으니 다시 준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출발선상에 선 박병호는 아직 여정 속에 있다.

볼티모어(미국 메릴랜드주)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