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프로야구선수들이 뽑은 최고의 남자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3일 05시 45분


삼성 구자욱-NC 박석민-NC 이호준(맨 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삼성 구자욱-NC 박석민-NC 이호준(맨 왼쪽부터).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선수는 선수가 가장 잘 아는 법이다. 그라운드에서 함께 호흡하고 땀 흘리는 동료들의 시각을 팬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스포츠동아는 창간 8주년 기념으로 ‘프로야구선수가 뽑은 최고는?’이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에는 10개 구단 현역 선수 50명(구단별 5명)이 참여했다. 객관식이 아닌 주관식으로 답변을 받았고, 자유롭게 투표할 수 있도록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았다.

● 최고의 ‘얼짱’ 선수는?…이대형의 아성 깬 구자욱

야구실력 쑥쑥…“잘 생겨졌어요”


‘프로야구 최고의 얼짱 선수는?’이라는 항목에서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선수는 신세대 미남 스타 구자욱(23·삼성)이었다. 총 50표 중 9표를 얻어 1위에 올랐다. 팬들뿐만 아니라 선수들도 구자욱이 ‘대세임’을 인정했다. 소속팀 삼성은 물론 kt, KIA, SK, 넥센 등 다른 팀 선수들에게도 골고루 득표해 ‘전국구 스타’임을 알렸다. 무엇보다 그동안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던 kt 이대형의 아성을 무너트린 점이 눈길을 끈다. 8표를 획득한 이대형을 1표차로 제쳤다.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것처럼, 이대형은 세월의 흐름 속에 권좌를 물려주고 말았다. 이대형은 3년 전 스포츠동아 창간 5주년 설문조사에선 압도적 지지(총 45표 중 22표 획득)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구자욱은 결과를 전해들은 뒤 “우선 1위로 뽑아주신 선수들에게 감사의 말씀드리고 싶고, 기분 좋다”며 ‘살인미소’를 날렸다. 궁금한 것은 본인만의 외모 관리 비결. 그러나 이에 대해 구자욱은 “그런 것 없다”며 손사래를 치더니 “그냥 야구 잘하면 잘 생겨 보인다”고 얼굴만큼 깔끔한 대답을 내놓았다. 그렇다면 구자욱이 생각하는 KBO리그 최고의 미남 선수는 누구일까. 그는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이대형과 심수창(한화)을 뽑았다. 그러면서 “아, 류중일 감독님도 미남이세요”라고 덧붙여 주변 선수들과 취재진의 폭소를 자아냈다.

구자욱과 이대형에 이어 3위에 오른 인물은 ‘의외’로 윤석민(30)이었다. 총 3표를 받았다. 그런데 투표용지를 보니 KIA 선수 3명이 찍은 것이었다. 윤석민에게 ‘외모 몰아주기’를 한 결과. 그러나 윤석민을 찍은 KIA 심동섭은 “자세히 보면 매우 매력적이다”며 소신투표임을 강조했다.

‘야구계의 송승헌’으로 평가되던 심수창은 3년 전에는 9표를 얻어 이대형에 이어 2위에 올랐지만, 이번에는 2표에 그쳤다. 여기에 한화 신성현, 롯데 김대륙, 그리고 22일 넥센에서 삼성으로 트레이드된 김대우도 2표씩을 얻어 주목할 만하다. 1표를 받은 선수들 중에선 루이스 히메네스(LG)도 있어 눈길을 모은다. 히메네스를 찍은 박민우(NC)는 “멋있다. 작년부터 그렇게 생각했는데 남자답게 생겼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밖에도 자신이 자신을 찍는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의 선수도 꽤 많았다.


● 그라운드의 개그맨…압도적 지지 박석민

1안타 1개그…“즐겁게 보세요”


프로야구선수 중 최고의 개그맨은 누구일까. 투표를 하기 전부터 예상은 했지만, 역시 박석민(31·NC)이 주인공이었다. 무려 19표(38%)를 받았다. 익명을 요구한 NC의 한 선수는 “같은 팀에 있어보니 왜 다들 그렇게 말하는지 알게 됐다”며 웃었다. 그라운드에서 보여주는 ‘몸개그’뿐 아니라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듣다보면 웃다가 허리가 끊어질 지경. 매 경기 ‘3타수 1안타 1타점 1개그’는 기본으로 깔고 가는 선수다. 출중한 야구실력뿐 아니라 팬들에게 즐거움까지 선사하는 끼를 보유한 그는 지난해 말 FA(프리에이전트)로 4년간 96억원이라는 최고 대우로 NC 유니폼을 입었다.

박석민은 ‘선수들이 뽑은 개그맨 1위’에 올랐다는 사실을 전해 듣고는 “매 시즌, 매 타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선수들과 팬들이 즐겁게 봐준 것 같다. 그렇게 보이는 게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라고 생각해줬으면 좋겠다”며 “올해는 개그보다는 경기에 열심히 집중하겠다”고 헛기침을 했다.

이어 4표를 받은 3명이 공동 2위권을 형성했다.

우선 ‘스테디 셀러’ 이호준(40·NC)이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이호준에다 박석민, 그리고 1표를 얻었지만 늘 유쾌한 김태군도 있어 올 시즌 NC는 경기력과 더불어 개그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유희관(두산)은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는 재담꾼. 그런데 이 자리에 손용석(롯데)이 치고 올라왔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한눈에 보기에도 개그맨에 적합한 외모와 체형을 갖추고 있긴 하지만, 알고 보면 입담마저 개그맨 뺨친다는 평가다. 롯데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윤길현마저 손용석의 개그감에 반해 주저 없이 투표했을 정도다.

KIA 윤석민과 LG 윤지웅, 한화 정근우도 2표씩을 얻었다. 윤지웅의 외모는 ‘차도남’ 같지만 아는 사람은 아는, 야구계의 숨은 개그맨이다. 정근우도 빼놓을 수 없는 개그맨.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는 “얼굴만 봐도 웃기다”며 정근우를 선택했고, 윤석민을 찍은 한 선수는 “친해지면 누구보다 웃기다”고 설명했다.

● 해설가로도 성공할 선수…재치와 입담의 이호준

팀 분위기 업… “말 좀 합니다”


하루 5개 채널에서 프로야구가 생중계되는 시대다. 방송사마다 해설위원에 대한 수요가 증가해 ‘말 좀 하는’ 선수가 은퇴하면 물밑에서 뜨거운 영입 쟁탈전이 벌어진다. 은퇴 후 해설가를 꿈꾸는 선수도 많아지면서 해설위원 자리에 진입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그렇다면 현역선수 은퇴 후 해설가로 가장 성공할 만한 선수는 누구일까. 이 설문에서 이호준은 10표를 받아 1위에 올랐다. 개그맨 공동 2위에 이어 해설가 1위. 그야말로 ‘인생은 이호준처럼’이다. 이호준은 “개그맨 2위라니…”라며 한참 웃더니 “144경기를 하려면 팀 분위기도 중요한데, 고참으로서 분위기를 즐겁게 하려고 했던 게 그렇게 보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어 “해설위원 1위는 은퇴하고 실직하지 않을 것 같아서 기분은 좋다”며 “해설을 하려면 공부도 더 해야 하고 팬들이 이해할 수 있게 말을 잘해야 하는데, 향후 기회가 있으면 좋은 쪽으로 생각해보겠다”고 긍정적 시그널을 보냈다.

두산 유희관.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두산 유희관. 사진제공|두산 베어스

해설가 부문 2위는 역시 재치 있는 입담과 순발력을 두루 갖춘 유희관이 선정됐다. 총 7표를 얻었다. 이미 지난해 올스타전 때 마이크를 잡고 해설을 하면서 잭팟을 터뜨린 그는 주변의 칭찬에 “좋게 봐주셔서 다행이다. 이제 노후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며 좋아했다. 뒤를 이어 ‘국민타자’ 이승엽(삼성)과 박경수(kt)가 3표씩을 얻어 공동 3위에 랭크됐다. 이승엽은 지난해 말 ‘프리미어 12’ 때 해설가로도 홈런을 날렸다. 박경수 역시 재담꾼으로 은퇴 시 해설가 영입 1순위에 오를 만한 후보로 평가받고 있다. 선수들은 김주찬(KIA), 봉중근(LG), 손용석, 정재훈(두산) 등도 해설가로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김주찬을 꼽은 한 선수는 “시크하고 적절한 지적으로 해설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 것”이라고 추천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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