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우 감독의 ‘마음속 MVP’…임영희가 빛나는 진짜 이유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22일 05시 45분


우리은행 임영희. 스포츠동아DB
우리은행 임영희. 스포츠동아DB
우리은행 이적 후 활짝 ‘대기만성 표본’
“힘든시간 참고 견디면 반드시 빛 본다”


우리은행 위성우(45) 감독은 20일 ‘KDB생명 2015∼2016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5전3승제) 3차전에서 KEB하나은행을 69-51로 꺾고 3연승으로 4연속 통합우승을 달성한 뒤 “내 마음속의 MVP(최우수선수)는 임영희다”고 밝혔다. 팀의 중심을 잡아준 맏언니 임영희(36·178cm·사진)에게 특별한 고마움을 표시한 것이다.

임영희는 대기만성의 표본이다. 마산여고를 졸업하고 자유선발로 1999년 프로에 데뷔했지만, 본격적으로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2009년부터다. 10년간 신세계(KEB하나은행 전신)에 몸담았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은퇴를 망설이던 시점에 찾아온 FA(자유계약선수). 그녀는 선택을 받지 못하면 농구를 그만두겠다는 생각으로 FA 시장에 뛰어들었다. 다행히 우리은행의 러브콜을 받았고, 농구인생의 큰 전환점을 맞았다. 임영희는 “농구를 그만두지 않고 FA 시장에 나간 게 내 인생에서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우리은행으로 이적한 이후 출전시간이 늘어나 플레이에 자신감을 얻었고, 2012∼2013시즌을 앞두고 위 감독을 만나 농구인생에 꽃이 피기 시작했다.

임영희는 “어린 시절 선배들이 ‘힘들어도 참고 견디면 좋은 시간이 온다’는 말을 많이 해줬는데, 그 때는 피부로 느끼지 못했다. 지나고 보니 선배들의 말이 맞았던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요즘 후배들에게 내가 똑같은 얘기를 한다. 그들도 나처럼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텐데, 농구뿐 아니라 어떤 일이라도 힘든 시간을 참고 꾸준히 노력하면 빛을 보게 되는 것 같더라. 그래서 계속 ‘참고 견뎌보라’는 얘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자프로농구에는 고졸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보니 선배들과의 기량차 때문에 오랜 시간을 벤치에서 보내는 유망주들이 많다.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고된 훈련만 하다보니 일찌감치 농구를 포기하는 경우도 나온다. 어려서부터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선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임영희 같은 선수도 있다. 그런 면에서 임영희는 많은 여자농구선수들의 롤 모델이 되고 있다.

최용석 기자 gty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