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피플] 불혹의 박정진 “팔이 고맙게 견뎌주더라”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15일 05시 45분


한화 박정진은 불혹의 나이에도 마운드에서만큼은 청춘을 불사른다. 어깨 통증 때문에 지난해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튼튼한 몸으로 팀에 더 크게 기여하고자 한다. 박정진이 10일 시범경기 대전 두산전에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한화 박정진은 불혹의 나이에도 마운드에서만큼은 청춘을 불사른다. 어깨 통증 때문에 지난해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지만, 올해는 튼튼한 몸으로 팀에 더 크게 기여하고자 한다. 박정진이 10일 시범경기 대전 두산전에 등판해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스포츠동아DB
■ 한화 박정진

삼성전 9회초 3연속 탈삼진 팬들 열광
“삼진보다 어깨 안 아픈 게 더 기분 좋아”
작년 그 이상으로…올 시즌 완주 목표


“아프지 않다는 게 더 기분 좋아요. 팔이 고맙게 견뎌주고 있습니다.”

한화 박정진(40)은 팀 내 최선참 투수다. 그러나 벌써 시범경기에 2차례나 등판했다. 10일 두산전에서 2이닝 동안 1안타(1홈런) 2탈삼진 1실점, 13일 삼성전에서 2이닝 1안타 3탈삼진 무실점을 각각 기록했다. 특히 삼성전 9회초 결과는 압권이었다. 선두타자 이흥련에게 2루타를 맞았지만, 이후 성의준∼구자욱∼최민구를 ‘KKK’로 잡아내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 아프지 않다는 데 감사함을 느낀다!

아무리 시범경기 결과라고는 해도, 3연속 탈삼진이라면 투수로선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박정진은 14일 스포츠동아와의 통화에서 “삼진 3개보다 더 기분 좋은 게 하루 자고 일어났는데도 어깨가 아프지 않다는 것이었다. 첫 번째 등판 때는 날씨도 추워 몸이 위축된 상태로 던져서 그런지 다음날 회복이 잘 안 돼 걱정했는데, 두 번째 등판 때는 날씨도 좋았고 몸도 잘 회복됐다”며 웃었다.

목소리는 고무돼 있었다. 그럴 만도 하다. 그는 지난해 시즌을 완주하지 못했다. 76경기에 등판해 개인 한 시즌 최다기록을 새로 썼고, 96이닝을 던지면서 6승1패15홀드1세이브에 방어율 3.09의 눈부신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9월 10일 등판을 끝으로 마운드를 떠나야만 했다. 어깨가 아팠고, 팔꿈치에도 미세한 통증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박정진은 이후 통증의 원인이 된 염증 치료를 하고 재활훈련을 이어갔다. 12월에는 권혁, 이태양과 함께 따뜻한 괌으로 먼저 가서 보강훈련을 했다. 걱정을 지울 수는 없었다. 나이도 있는 데다, 늦은 나이에 찾아온 통증들이 신경 쓰였다. 그런데 스프링캠프를 소화하고, 시범경기 들어 피칭 강도를 높여가는 과정에서도 통증이 없다. “처음에는 괜찮을까 걱정했는데, 팔이 고맙게 견뎌주더라”는 그의 말에서 안도감과 행복감이 묻어났다.

마무리 후보? 불펜 이어주는 역할에 만족!

한화 불펜은 올 시즌 정상적으로 가동된다면 남부럽지 않은 전력이다. FA(프리에이전트) 정우람이 SK를 떠나 한화 유니폼을 입고 12일 삼성전에 등판해 1.1이닝 1안타 무실점의 깔끔한 투구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서산에서 몸을 만들던 권혁도 13일 1군에 합류했고, 윤규진도 조만간 시범경기에 등판할 계획이다. 여기에 가장 나이 많은 박정진은 가장 많은 2경기에 벌써 등판하면서 새 시즌을 정조준하고 있다.

그러자 김성근 감독은 “마무리투수는 상황을 봐 가면서 정하겠다. 4명 다 후보”라며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이 말을 전해들은 박정진은 “후보에서 내가 가장 먼저 탈락할 것이다. 난 빠지겠다”며 웃더니 “난 그저 마운드를 이어주는 역할을 잘하기만 해도 좋다”고 맏형답게 듬직하게 말했다.

한화 불펜이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한층 더 강화된 것은 선수들도 느끼고 있다. 박정진 역시 “(정)우람이가 오면서 우리 뒷문이 훨씬 좋아졌다는 느낌이 든다”며 “한 명이 들어오고 나가면 선수의 느낌은 다르다. 작년에 (윤)규진이 한 명이 부상으로 빠지니까 다들 힘들었다”며 정우람의 가세를 반겼다.

불혹의 청춘, 떨리는 마음으로!

박정진은 올 시즌 아프지 않고 시즌을 완주하는 것이 목표다. 그는 “작년에 정말 열심히 했는데, 막판에 한 달간 아파서 빠지면서 열심히 한 보람을 찾지 못했다. 내가 못 던져도 팀이 잘했으면 좋았을 텐데 포스트시즌에 아깝게 진출하지 못했다”며 “작년에 많이 던져서 걱정하는 사람이 많지만, 많이 던졌다고 생각하면 나 자신이 정체된다. 작년에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올해는 그 이상으로 준비를 잘하면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1976년생으로 만 40세. 박정진은 불혹의 문턱을 넘어섰다. 10개 구단 투수를 통틀어도 KIA 최영필(42)에 이어 서열 2위다. 그러나 마운드에 선 그의 마음은 여전히 청춘이다. 3월의 봄꽃 같은 떨리는 마음으로 새 시즌을 기다리고 있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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