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IBK, 맥마혼을 향한 소망

  • 스포츠동아
  • 입력 2016년 3월 15일 05시 45분


IBK기업은행 외국인선수 리즈 맥마혼(오른쪽)은 챔피언 결정전에 나설 수 있을까. 왼 손가락을 다친 맥마혼은 18일 손가락에 박힌 핀을 제거한다. 맥마혼의 챔프전 출장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일단 챔프전 종료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 스포츠동아DB
IBK기업은행 외국인선수 리즈 맥마혼(오른쪽)은 챔피언 결정전에 나설 수 있을까. 왼 손가락을 다친 맥마혼은 18일 손가락에 박힌 핀을 제거한다. 맥마혼의 챔프전 출장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일단 챔프전 종료까지 함께 하기로 했다. 스포츠동아DB
‘NH농협 2015~2016 V리그’ 여자부 챔피언 결정전(5전3승제)의 매치업이 IBK기업은행-현대건설로 확정됐다. 공교롭게도 전반기의 팀 현대건설과 후반기의 팀 IBK기업은행의 대결이다. 현대건설은 전반기 12승3패를 기록하며 15경기에서 모두 승점을 따내는 완벽한 전력을 보여줬다. IBK기업은행은 후반기 들어 9연승을 포함해 11승4패를 거뒀다.

흥국생명과의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은 시간을 전반기로 돌려놓은 것처럼 공수에서 완벽한 모습을 보였다. 그 기세가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이어진다면 IBK기업은행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IBK기업은행은 완벽한 전력이 아니다. 김희진이 오른쪽 새끼손가락 수술을 받고 복귀했으나, 아직은 부상 트라우마가 있다. 여기에 외국인선수 맥마혼까지 빠져 고민이 많다. 지난달 25일 도로공사전에서 왼 손가락 부상을 당했던 맥마혼은 과연 챔피언 결정전에 출전할 수 있을까. 맥마혼의 출장 여부에 따라 챔피언 결정전의 향방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 맥마혼의 현재 상태는?

맥마혼은 부상당한 다음날 수술을 받았다. 병원에선 회복까지 3~4주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11일 팔 전체를 고정시켰던 깁스를 풀고 팔목까지만 감싸는 깁스를 새로 했다. 아직은 손가락에 핀이 박혀있는데, 18일 제거할 예정이다. 수술 후 딱 3주가 경과한 시점이다. 이때까지는 출전이 불가능하다. 그동안은 팔을 절대로 움직일 수 없었지만, 이제는 가벼운 러닝은 가능하다. 공을 때리는 것은 18일 최종적으로 손가락의 상황을 점검한 뒤 판단해야 한다. 그렇다고 보면 맥마혼의 출전은 일러야 19일의 2차전이지만, 준비 없이 경기에 나서는 것은 아무래도 쉽지 않다. IBK기업은행은 여유 있게 잡으면 4차전 이후 맥마혼의 출전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이것도 맥마혼 스스로 “경기에 나가겠다”는 의지를 보여야 가능하다. 국내선수들과 달리 외국인선수에게 이런 상황에서 출전을 강요할 수는 없고, 강요해서도 안 된다는 것은 이정철 감독도, 구단도 잘 안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다.

불행 중 다행으로 맥마혼은 왼손을 다쳤다. 공격에 필요한 손은 오른손이다. 블로킹은 어렵겠지만 그동안 많은 선수들이 비슷한 부상을 당하고도 출전한 사례가 있다. 지난해 대한항공 산체스는 손가락 부상을 당했지만 특수 테이핑을 하고 경기에 나섰다. 이 감독은 다른 팀 사례 등을 참조하며 플랜 A와 B를 준비하고 있다.

● 일단은 한국에 남아서 끝까지 가기로 한 맥마혼

구단은 최근 맥마혼과의 면담을 통해 경기 출장 여부와는 관계없이 챔피언 결정전이 끝날 때까지는 국내에 머물겠다는 대답을 얻었다. 물론 쉽지 않은 설득 과정이 있었다. 부상 뒤 미국으로 돌아가겠다고 했던 맥마혼은 결국 마음을 바꿨다. 구단은 “뛰고 안 뛰고를 떠나 30경기를 함께하고서 지금 간다면 좋은 마무리는 아니다”고 했다. 게다가 맥마혼은 다음 시즌도 생각해야 한다. IBK기업은행은 그동안 맥마혼이 보여준 성실한 훈련태도와 실력향상속도에 만족하고 있다. 양측의 뜻만 맞는다면 재계약 여지가 있다.

현실적 문제도 있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이 정한 규정에 따르면, 우승팀 외국인선수는 1만달러의 보너스를 받는다. 준우승팀 외국인선수의 보너스는 5000달러다. 이 조항이 애매하다. 이것을 수당으로 보고 선수가 챔피언 결정전에 출전하지 않을 경우 주지 않아도 되는지, 아니면 챔피언 결정전까지 팀을 끌어올린 것으로 이미 성과를 냈다고 봐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다음 시즌에 보완해야 할 사항이다. 보너스를 두고 서로 해석은 다를 수 있다. 이런 애매모호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라도 맥마혼이 챔피언 결정전 엔트리에 들어가야 할 필요가 생겼다.

지난해 ‘한일탑매치’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다. IBK기업은행과 대결했던 일본 NEC에는 현대건설에서 뛰었던 바샤가 있었다. 당시 부상으로 경기에 출전하지 못했지만, 깁스를 한 채 선수들과 동행했다. IBK기업은행도 맥마혼에게 그 사례를 들며 “끝까지 함께 하자”고 했다. 착한 맥마혼은 “그렇게 한다”고 약속했다. 일단 코트에는 들어가지 못해도 함께 선수들과 있다 보면 스스로 미안해서라도 경기에 뛸지도 모른다. 운동선수라면 당연히 지니는 책임감과 투지, 동료에 대한 미안함이 어우러지면 출장은 더 앞당겨질 수도 있다. 그것이 내심 IBK기업은행가 바라는 실낱같은 희망이다. 물론 그런 상황이 오기 전까지 챔피언 결정전 초반을 잘 버텨야 한다. 이번 시리즈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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