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과학 제1원칙은 ‘소통’…한없는 애정 쏟았다

  • 스포츠동아
  • 입력 2015년 10월 16일 05시 45분


1964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과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우리 체육계는 준정부기관인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을 중심으로 훈련 현장의 과학화와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남자기계체조 훈련장에서 양학선(왼쪽)의 훈련 분석을 돕는 KISS 송주호 담당 연구원(오른쪽)의 모습. 사진제공|KISS
1964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스포츠과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우리 체육계는 준정부기관인 한국스포츠개발원(KISS)을 중심으로 훈련 현장의 과학화와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을 통해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남자기계체조 훈련장에서 양학선(왼쪽)의 훈련 분석을 돕는 KISS 송주호 담당 연구원(오른쪽)의 모습. 사진제공|KISS
■ ‘리우를 향해 뛴다!’

1. 짝사랑으로 시작한 스포츠과학 현장지원


1980년 스포츠과학연구소 설립 서울올림픽 대비
종목별 담당연구원·지원팀 운영 ‘종합4위’ 성과
제 1원칙 ‘인간적 소통’큰 효과…각국 벤치마킹

최근 전문체육 환경 속 지역 선수까지 지원 확대
현장 향한 스포츠과학 애정, 리우서 결실 맺길…


올림픽이 다가오면 전 세계가 경기력 향상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인다. 우리나라는 강도 높은 훈련으로 체력을 다지고 기술을 연마하는 한편, 훈련현장의 과학화를 통해 경기력을 향상시킨다는 기치 아래 선수들에게 스포츠과학을 접목시켜 메달 획득에 초점을 두고 있다. 물론 이런 노력이 우리에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이미 많은 나라가 스포츠과학 연구기관을 통해 경기력 향상을 꾀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러시아, 독일 등 일부 스포츠 강국을 제외하고 1988서울올림픽 이후 전문체육(Elite sports) 분야에서 지속적 성과를 거뒀다. 세계는 이를 부러워하면서 의아해하곤 한다. 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국내 스포츠과학 지원의 발원과 특색 및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 스포츠과학화 추진 계기가 된 도쿄올림픽


우리가 스포츠과학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1964년 도쿄올림픽이다. 당시 최대 규모의 선수단(224명)을 파견해 큰 기대를 걸었지만, 종합 27위(은2·동1)의 실망스러운 성적에 그쳤다. 반면 일본은 아시아 최초의 올림픽 개최국으로서 금메달 순위 3위의 성적을 거둬 일제강점기 36년을 보낸 우리 국민을 허탈하게 했다. 체육계는 숙고를 거듭한 끝에 단기훈련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뿐 아니라 경기력 향상도 이룰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그래서 1965년 차기 올림픽과 아시안게임을 목표로 6개년 장기훈련종합계획을 수립해 우수선수강화위원회를 운영했다. 계획에는 5대 중점사업이 있었는데, 훈련 과학화와 신인 발굴을 동시에 전개함으로써 실질적인 스포츠과학 지원의 계기가 열렸다. 아울러 “위원회 산하 스포츠과학부를 둬 스포츠 과학화를 통해 선수강화의 전기를 마련하자”는 체육계 전반의 의견도 수렴했다. 저개발국 수준의 당시 우리 경제를 고려했을 때 높이 평가받을 만한 일이었다.

서울올림픽 프로젝트


첫 술에 배부르지 않았다. 종합계획을 실천해 나갔음에도 썩 좋은 성적을 얻진 못했다. 우리나라는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 경기력 향상이란 현실적 문제에 직면했다. 1980년 12월 대한체육회는 스포츠과학연구소 설립을 결정해 1965년부터 운영해온 스포츠과학위원회의 역할을 대체했다. 대표선수에게 직접 스포츠과학을 지원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것이다. 1981년 서울올림픽 개최가 확정되자, 스포츠과학연구소는 올림픽 참가 선수들에 대한 스포츠과학 지원을 주 임무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종목별 담당을 배정하는 종목담당연구원제, 우수 종목을 종합 지원하기 위한 지원팀제를 운영해 서울올림픽 종합 4위 입상으로 국위선양에 크게 기여했다. 서울올림픽 이후 지금껏 전문체육 분야의 강세가 지속됨에 따라 세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으며, 스포츠강국의 이미지를 심었다. 일본은 뒤늦게 국립일본체육과학연구소 및 종합훈련시설인 국립훈련센터를 건립했는데, 특히 태릉선수촌과 체육과학연구원 시스템을 벤치마킹했다고 알려진다. 우리나라 스포츠과학화의 추진 계기가 도쿄올림픽이었음을 떠올리면 상당히 고무적인 사례다.

인간적 소통이 먼저


대부분의 스포츠 강국도 준정부기관 형태로 스포츠과학 지원을 위해 연구기관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USOTC, 러시아 ARSRIPCS, 영국 EIS, 독일 IAT, 프랑스 INSEP, 호주 AIS, 중국 CISS, 일본 JISS 등은 우리의 KISS(Korea Institute of Sport Science)와 유사한 역할을 수행한다. 대부분 우리나라보다 과학 수준이 높다. 그럼에도 우리가 인정받는 까닭은 무엇일까. 스포츠과학 자체보다 지원시스템에서 해답을 찾을 수 있다. 스포츠과학연구소 초대 소장인 고(故) 이긍세 박사는 “스포츠과학 현장지원은 선수·지도자와 인간적 소통에서 시작된다”고 했는데, KISS 연구원들은 지금까지도 이를 제1의 행동강령으로 삼는다. 이를 위해 4가지 ‘미음(ㅁ)’을 실천해야 했다. 만나서 먹고, 마시고, 말하라는 것이다. 운동기술과 스포츠과학을 논하기 전에 먼저 인간적 측면에서 서로 이해하는 관계로 발전하라는 의미다. 훈련 현장에서 스포츠과학 대상자의 마음을 얻지 못하고는 지원 자체가 어렵기 때문이다. 또 상대의 상황을 파악해야 비로소 상대가 원하는 바를 알고, 그에 관한 콘텐츠를 지원함으로써 현장에 긴요하게 활용된다는 것이다.

33년 전 스포츠과학연구소에 첫발을 내딛던 무렵이 떠오른다. 공학을 전공한 필자에게 대표선수 훈련장은 아주 낯선 세계였다. 훈련장 문을 여는 순간 확 풍기는 땀내, 곳곳의 괴성, 힐끗 쳐다보는 눈빛에 그저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연구원과 지도자 사이에 무언의 기 싸움이 종종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연구원은 협력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현장에 갈 때는 반드시 간, 쓸개를 놔두고 가야 했다. 현장을 충분히 이해할 때까지 한없는 애정을 보내야 했다.

지방 스포츠과학센터 운영을 통한 지원 대상 확대

우리 스포츠과학 지원은 국가대표에 국한됐다고 할 수 있다. 이는 국가 총예산의 1%도 되지 않는 적은 돈으로 대한민국의 자긍심을 안겨주는 분야가 체육이고, 특히 전문체육이 이를 담보했다는 점에서 현 기조를 유지해온 것으로 판단된다. 오늘날에도 많은 국가가 전문체육 발전을 위해 공공재원을 사용해 전문체육 정책에 적극 개입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체육 환경이 마냥 긍정적이진 않다. 선수자원 감소, 체육 분야 ‘3D’ 기피현상 등 위협요소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해결방법 중 하나가 훈련 현장 과학화다. 우리나라는 2015년부터 각 지역 전문선수를 스포츠과학 지원의 수혜대상에 포함했다. 영국과 호주는 몇몇 지역을 전문선수 육성 거점으로 지정해 그 지역의 특화종목을 배정해 훈련은 물론 스포츠과학 지원을 병행한다. 그 결과 영국은 2012런던올림픽에서 성공했다. 훈련과학화를 위한 스포츠과학 지원 확대 방침은 굉장히 바람직한 전문체육 정책이다. 다가올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도 체계적 스포츠과학 지원을 통한 경기력 향상에 이은 승전보를 기대한다.

한국스포츠개발원(KISS) 스포츠과학실 수석연구원 최규정 박사
스포츠동아·KISS 공동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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