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 우승의 여왕’ 김세영, LPGA서도 ‘빨간 바지의 마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2월 9일 16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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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LPG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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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바지의 마법’은 태평양을 건너서도 위력이 변하지 않았다.

올 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 진출한 김세영(22·미래에셋)은 9일 바하마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골프장(파73·6644야드)에서 열린 미국LPGA투어 퓨어실크 바하마 클래식 마지막 라운드에서 빨간 바지를 입었다. 국내에서도 마지막 날 늘 같은 색깔의 바지만 고집했던 그였다. “기분이 상승되고 좋은 느낌을 받아 행운을 줄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지난달 4일 한국을 떠날 때 그는 빨간색 바지와 반바지를 한 벌 씩 챙겼다. 2타차 공동 6위로 4라운드를 출발한 이날 그는 5언더파를 몰아치며 최종 합계 14언더파 278타로 연장전에 들어갔다. 유선영(29·JDX),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을 제친 그는 10년 전부터 꿈꿔온 LPGA 정상에 오르며 우승 상금 19만5000 달러(약 2억1000만원)를 차지했다.

국내에서 거둔 5승을 모두 역전 우승으로 장식했던 김세영은 미국 LPGA투어 첫 승도 뒤집기 드라마로 마무리했다. 경기 후 전화 인터뷰에서 김세영은 “2승이 목표였는데 이렇게 빨리 우승할 줄 몰랐다. 역전 우승이라 한국 팬들이 기뻐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지난주 시즌 첫 대회인 코츠 챔피언십에서는 예선 탈락하면서 빨간 바지를 입을 기회조차 없었다. “개인적으로 속상한 일이 있어 공을 제대로 못 쳤다. 예선 탈락하니 한국 생각이 나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 지난 며칠 동안 해 뜨면 운동을 시작해 어두워질 때까지 계속 했다. 점심은 햄버거로 때웠다.”

미국 현지에서 딸 뒷바라지를 하고 있는 김세영의 아버지 김정일 씨(53)는 “긴장하면 근육이 위축돼 실수가 나오기 마련인데 세영이는 어려울수록 베스트 샷이 나왔다”고 칭찬했다. 태권도 관장 출신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려서 태권도를 배우며 강심장을 키웠던 김세영은 이날도 숱한 위기를 돌파했다. 16번 홀(파4)에서 그린 너머 가시덤불에 공이 빠져 제대로 팔로스루도 못할 상황이었지만 로브샷으로 공을 컵 근처에 붙여 파를 지켰다. 18번 홀(파5) 버디로 공동 선두가 된 김세영의 진가는 18번 홀에서 치른 연장전에서 빛을 발했다. 장타를 앞세워 두 번째 샷으로 볼을 그린 가장 자리에 올려놓은 뒤 1.5m 거리의 버디 퍼팅을 성공하며 승리를 결정지었다. 김세영은 “연장전에 들어가면서 우승할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긴장하지 않았다. 어떤 경우에도 가능성을 열어두려 한다”며 ‘역전의 여왕’ 다운 면모를 과시했다. 그는 잠자기에 들기 전 늘 연장전, 마지막 홀, 1타 차 상황 등을 머릿속에 그려보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서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64.71야드로 1위였던 김세영은 폭발적인 장타와 강한 정신력으로 빅 리그에서도 성공 시대를 열고 있다. “집중적인 체력훈련으로 오늘 30홀을 쳤어도 지치지 않았다. 비거리도 외국 선수들에 전혀 밀리지 않는다.” 김세영은 아버지와 미국 플로리다주 탬파에 1500달러짜리 월세를 얻어 지내고 있다. 한국에서 김치 50kg을 가져왔다는 그는 아버지가 해주는 음식을 보약으로 꼽았다.

공동 5위로 이번 대회를 마친 박인비는 한국 선수로는 박세리에 이어 사상 두 번째로 통산 상금 1000만 달러를 돌파했다. 7위로 끝낸 리디아 고는 세계 1위 자리를 지켰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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