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도 월급도 없는 비치발리볼, 8강 갔지만 대회 끝나면…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5일 15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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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선수라면 밝은 미래를 꿈꾼다. 하지만 미래를 기약할 수 없는 선수들도 있다. 인천 아시아경기 출전을 위해 대회 2개월 전 팀이 꾸려졌지만 대회가 끝나면 바로 해체되는 비치발리볼 대표 선수들이 대표적이다.

한국 여자 비치발리볼 대표팀의 윤혜숙(31)-이은아(26·양산시청) 조는 25일 인천 송도글로벌캠퍼스 비치발리볼 경기장에서 열린 타지키스탄과의 16강전에서 2-0(21-3, 21-4)으로 이겨 8강에 진출했다. 남녀를 통틀어 한국 비치발리볼이 아시아경기에서 8강에 진출한 것은 처음이다. 2002년 부산 대회 때도 여자 2팀이 모두 8강에 진출했지만 당시에는 9개 팀이 출전했었다.
비치발리볼은 1998년 방콕 대회 때부터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지만 한국은 당시 예산 부족과 메달 가능성이 없다는 이유로 출전을 포기했다. 2002년에는 개최국 자격으로 남녀 2개 팀이 나섰고, 2006년 도하 대회에는 다시 출전하지 않았다. 2010년 광저우 대회 때는 8년 만에 출전했지만 모두 예선 탈락했다.

8강 진출에 환한 웃음을 짓던 대표팀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얼굴이 어두워졌다. 국내에는 비치발리볼을 전문으로 하는 팀이 없다. 대회 때마다 배구 출신 선수들이 호출돼 팀이 만들어진다. 4년 전 아시아경기 때는 대회 2주 전에 팀이 만들어졌다.

그래도 이번 대회는 조금 사정이 낫다. 대회 개막 2개월 전에 남자 1개, 여자 2개 팀이 만들어졌다. 2010년에 이어 2회 연속 아시아경기에 출전한 이은아는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하다보니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 어렸을 때부터 모래에서 훈련한 선수들과 실력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은아도 생계를 위해 4년 간 배구 선수로 뛰면서 여름에만 잠깐 비치발리볼을 했다.

대표팀은 국제배구연맹(FIVB) 랭킹도 없다. 월드컵에 출전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이번 대회 전 3개의 이벤트 대회에 나간 것이 전부다. 처우도 좋지 않다. 수당이나 월급도 없이 교통비와 숙식비만 받고 있다. 비치발리볼을 바라보는 주위 시선도 대표팀을 힘들게 한다. 윤혜숙은 "비치발리볼 선수라면서 훈련을 게을리 해 피부가 하얗냐며 사람들이 핀잔을 주곤 한다. 우린 훈련할 시간도 장소도 없기 때문인데 속상하다"고 말했다.

대회가 끝나면 대표팀은 해체된다. 따라서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이 대표팀에게는 머나먼 이야기일 뿐이다. 이은아는 "꿈과 미래를 위해 땀을 흘린다고 하지만 비치발리볼 대표팀에게는 사치일 뿐이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윤혜숙-이은아 조는 27일 이번 대회 최강인 중국의 왕판-유에유안 조와 8강전을 치른다.

인천=김동욱 기자creat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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