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축구가 무너진 날…독일에 월드컵 최악의 대패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7월 9일 20시 2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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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시작 4시간 전. 브라질과 독일의 4강전이 열린 9일 브라질 벨루오리존치의 미네이랑 경기장 주변. 이미 모인 수 천명의 브라질 응원단은 독일 응원단을 향해 손가락 세 개를 펼쳐 보였다. 3-0으로 이긴다는 뜻이었다. 브라질이 1-7로 패하며 월드컵 사상 가장 충격적인 결말을 낳을 줄은 꿈에도 모른다는 듯.

전반 11분 독일의 토마스 뮐러가 코너킥을 이어 받아 골 망을 흔들었다. 전반 23분부터 6분간 독일이 4골을 더 퍼부으며 브라질 응원단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미로슬라프 클로제의 골을 신호탄으로 토니 크로스(2골), 사미 케디라의 골이 이어지며 전광판에는 '5-0'이라는 믿기 힘든 점수가 찍혔다. 울음을 터뜨리는 브라질 관중도 보였다. 일부는 쓰레기통을 던지는 등 난동을 부리다 연행되기도 했다.

브라질은 후반 독일의 안드레 쉬를레에게 또다시 두 골(후반 24분, 34분)을 허용했다. 후반 45분 간신히 브라질 오스카의 골이 터졌다. 결국 1-7로 경기가 끝나자 브라질 응원단은 자국 선수들에게는 야유를, 독일 선수들에게는 기립박수를 보냈다. 브라질은 주축 선수인 네이마르가 허리부상으로 빠진 점과 특히 수비의 핵이자 주장인 치아구 시우바가 경고 누적으로 결장한 것이 뼈아팠다. 수비라인이 무너지자 당황한 브라질은 정신적인 구심점 없이 급격히 무너졌다.

브라질에 큰 상처를 남겼던 1950년 '마라카낭의 비극'에 이어 '미네이랑의 비극'이 탄생했다. 브라질은 리우데자네이루의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린 1950년 월드컵 결승에서 우루과이에 1-2로 패해 브라질 축구 사상 가장 큰 아픔을 남겼다. 이번 패배는 그에 못지않은 충격을 남길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끝나자 곳곳에서는 브라질 국기를 찢거나 태우는 팬들이 속출했다. 이번 패배는 브라질이 향후 50년 동안 잊지 못할 것이라는 촌평이 나왔다. 잉글랜드 축구의 전설이자 영국 BBC 방송의 축구해설위원인 게리 리네커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축구를 봐온 지난 반세기 동안 가장 놀랍고도 충격적이며 어리둥절한 경기"라고 평했다. 브라질의 루이스 펠리피 스콜라리 감독은 "내 축구 인생 최악의 날이다. 첫 골을 허용한 이후 공황 상태에 빠졌다. 이런 경기를 용서 바란다"고 말했다. 브라질 곳곳에서 경제난 속에서 열리는 이번 월드컵 개최에 대한 반대 시위가 일어났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패배는 경기외적으로도 브라질에 상당한 충격파를 던질 것으로 보인다.

벨루오리존치=김동욱기자 creatinga@donga.com ·유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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