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 큰 산타’ 김신욱 통큰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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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12월 24일 07시 00분


올 해 한국 축구를 뜨겁게 달궜던 ‘진격의 거인’이 소아암 어린이들의 희망이 됐다. 산타 복장의 김신욱(오른쪽)이 20일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어린이 환자들에게 사랑 나눔을 실천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yoshike3
올 해 한국 축구를 뜨겁게 달궜던 ‘진격의 거인’이 소아암 어린이들의 희망이 됐다. 산타 복장의 김신욱(오른쪽)이 20일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어린이 환자들에게 사랑 나눔을 실천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yoshike3
■ 소아암 병동에 웃음꽃 활짝

197.5cm 특대형 산타 복장 주문 제작
선물 60여개 직접 골라 정성껏 포장도
동아스포츠대상 상금 1000만원 쾌척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는 ‘나눔’이다. 축구계에도 봉사활동 붐이 일고 있다. 매년 연말 특정 지역에서 자선경기와 팬 사인회를 통해 자신이 받은 사랑을 사회에 환원하는 ‘추캥(축구로 만드는 행복)’ 활동이 대표적이다. K리그 현역 선수들이 참가한다. 이들 외에도 따스한 마음을 지닌 축구인들은 많다.

그런데 나 홀로 봉사활동을 하는 건 쉽지 않다. 돈도 많이 들 뿐 아니라 이것저것을 혼자 챙겨야하는 만만치 않은 수고가 뒤따른다. 한 시즌을 마치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연말의 짧은 시간을 쪼개는 것도 쉽지 않다. 대개 구상만 하다가 다음으로 미루곤 한다. 2013년 한국축구를 대표한 김신욱(25·울산 현대)은 달랐다. 큰 신장(197.5cm)만큼이나 사랑 나눔도 화끈했다.

김신욱은 2일 열린 동아스포츠대상 시상식에서 프로축구 올해의 선수에 선정됐다. K리그 클래식(1부 리그)과 국가대표팀에서 숱한 스토리를 써내려가며 오직 실력으로 최고 선수의 자리에 섰다. 이 자리에서 김신욱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트로피와 함께 받은 상금(1000만 원)을 좋은 일에 쓰겠다고 했다.

사실 김신욱은 올 시즌 하반기부터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구상했다. 틈날 때마다 주변 지인들에게 자문을 구했다. 그러다 찾아낸 게 아픈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이다. 유럽 축구클럽에서 뛰는 선수들이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산타 복장으로 지역 병원을 찾는데서 착안했다.

동아스포츠대상이 끝나자마자 병원 섭외에 들어갔다. 서울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서울아산병원을 가기로 했다. 병원 측에서도 흔쾌히 허락했다. 방문 날짜는 크리스마스를 앞둔 20일로 정했다. 대상 병동은 소아청소년병원 혈액종양내과(146병동). 악성종양으로 생사의 갈림길에서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는 어린이 환자 60여 명이 입원하고 있다. 직접 고른 선물 종류는 4가지다. 남자 어린이 환자들의 연령에 맞게끔 자동차 변신 로봇과 무선 자동차, 레고를 각기 10세트씩 준비했다. 여자 어린이 환자들에게는 유기농 인형 제품을 마련했다. 김신욱의 가족도 적극적이었다. 구입은 물론 일일이 포장을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김신욱은 산타 복장을 주문 제작했다. 큰 키에 맞는 산타복이 없어 맞춘 것이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신욱은 어느 때보다 의미 있는 하루를 보냈다. 아울러 내년에도 뜻 깊은 사랑 나눔을 실천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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