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뺏긴 팀들 “원석 잘 골라 보석 만들자”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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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LG-두산, 보상선수 눈독… 보호선수 제외된 유망주 뽑아와
두산 이원석 성공신화 재현 기대

두산 이원석 동아일보DB
두산 이원석 동아일보DB
한화 정근우는 2012년 SK에서 타율 0.266에 53득점 46타점 20도루의 평범한 성적을 기록했다. 2006년 주전 선수가 된 이후 가장 낮은 타율에 가장 적은 득점이었다. 그러나 그해 3억1000만 원이었던 연봉은 올해 5억50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예비 FA’ 정근우를 못 잡을 경우에 대비해 SK가 일종의 ‘보험’을 든 것이었다. 역대 최고액(4년 75억 원)을 받기로 하고 롯데에 잔류한 강민호의 연봉이 성적과 큰 관계없이 2012년 3억 원에서 올해 5억5000만 원으로 오른 것도 그런 이유다.

FA 영입은 대가를 치러야 한다. 선수층이 얇은 국내 프로야구는 미국이나 일본보다 그 대가가 크다. 4년 총액 70억 원에 정근우와 계약한 한화는 SK에 정근우의 올해 연봉의 300%(16억5000만 원)를 주거나 연봉의 200%(11억 원) 및 선수 한 명을 내줘야 한다. 돈을 더 챙길지 선수를 받아갈지는 당연히 SK가 선택한다. 올해 타 구단으로 이적한 FA는 정근우를 포함해 이용규(KIA→한화), 이대형(LG→KIA), 최준석(두산→롯데), 이종욱 손시헌(이상 두산→NC) 등 6명이지만 신생팀 NC는 올해까지 보상선수를 내줄 필요가 없다.

FA를 영입한 팀이 선택할 수 있는 보호선수는 모두 20명. 선발진과 핵심 불펜 등 마운드 요원을 포함시키면 사실상 주전 말고는 선택받지 못한다. FA를 뺏긴 구단으로서는 잘만 고르면 돈도 챙기고 주전급 또는 유망주로 전력도 보강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회다.

역대 FA 보상선수 중 성공 사례의 원조는 2004시즌 정수근(두산→롯데)의 보상 선수였던 투수 문동환(사진)이다. 두산은 문동환을 얻자마자 한화 포수 채상병과 트레이드했다. 부상 탓에 2003년을 통째로 날린 문동환의 쓰임새를 높게 평가하지 않은 것. 하지만 2004년 4승(15패)을 기록하며 재기를 신고한 문동환은 2005년 10승(9패)을 올렸고 2006년 16승(9패)에 평균자책점 3.05를 기록하며 롯데와 두산의 배를 아프게 했다. 최근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두산 내야수 이원석이다. 2009시즌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롯데에서 두산으로 옮긴 그는 그해 타율 0.298에 9홈런 53타점으로 2005년 데뷔 이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주전 자리를 꿰찼다. 올해도 타율 0.314에 10홈런 39타점으로 몸값(1억 원) 이상의 활약을 했다.

FA와 계약한 날짜를 기준으로 한화와 KIA는 24일, 롯데는 25일까지 전 소속 구단에 보호선수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FA를 내준 구단은 이후 3일 안에 결정을 해야 한다. 돈이냐 선수냐. ‘뺏긴 자’의 선택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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