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神은 女帝를 시샘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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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비 칠 때 불리한 강풍… 4R 오후 11시 현재 공동 42위

3일 강풍으로 중단됐던 브리티시여자오픈 3라운드가 4일 재개됐다. 전날 4번홀까지 마쳤던 박인비는 5번홀부터 시작해 4라운드 18홀까지 하루에 32개 홀을 소화해야 했다. 박인비가 3라운드 5번홀에서 퍼팅한 공이 홀 바로 앞에서 멈춰 서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인비는 이 홀에서 파를 기록했다. KB금융그룹 제공
3일 강풍으로 중단됐던 브리티시여자오픈 3라운드가 4일 재개됐다. 전날 4번홀까지 마쳤던 박인비는 5번홀부터 시작해 4라운드 18홀까지 하루에 32개 홀을 소화해야 했다. 박인비가 3라운드 5번홀에서 퍼팅한 공이 홀 바로 앞에서 멈춰 서자 아쉬운 표정을 짓고 있다. 박인비는 이 홀에서 파를 기록했다. KB금융그룹 제공
하늘이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캘린더 그랜드 슬램’을 시기한 것일까. 세인트앤드루스의 바람은 박인비의 편이 아니었다. 대기록 달성에 대한 부담감과 주위의 관심도 박인비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1일 스코틀랜드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파 72·6672야드)에서 개막한 브리티시여자오픈을 앞두고 박인비는 “샷의 탄도가 낮은 편이라 강한 바람에 유리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1라운드부터 박인비의 생각은 어긋나기 시작했다. 이날은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다. 아침에 내린 비로 그린까지 촉촉이 젖어 볼 컨트롤도 어렵지 않았다. 출전 선수 144명 중 절반이 넘는 73명이 언더파 스코어를 기록했다. 박인비도 3언더파로 선전했으나 그보다 더 잘 친 선수가 17명이나 됐다.

2일 열린 2라운드는 더 나빴다. 이날 오전에 경기를 한 선수들은 바람 한 점 없는 날씨에 플레이를 했다. 하지만 오후 조에 속한 박인비가 라운드를 할 때부터 링크스 코스 특유의 강한 바람이 불었다. 박인비는 결국 이날 1오버파를 쳐 1타를 잃었다. 박인비는 2라운드 후 인터뷰에서 “이번처럼 큰 압박감은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이런 큰 압박감을 경험했기에 앞으론 그 어떤 압박감도 두렵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인비는 가는 곳마다 그랜드슬램 달성에 대한 질문을 포함한 인터뷰 공세에 시달려야 했다.

3일 3라운드에는 경기 시작부터 바람이 불었다. 바람에 강한 박인비에게 유리해 보였다. 문제는 바람이 너무 세게 불었다는 것. 순간 최고 시속 60km가 넘는 강풍이 몰아치자 대회 조직위원회는 대회 중단을 선언했다. 박인비도 4번홀까지 1타를 줄인 뒤 대회장을 떠나야 했다. 이날 4번홀에서는 박인비가 파 퍼팅을 하기 전 강한 바람에 공이 저절로 움직이기까지 했다. 박인비보다 일찍 출발해 바람이 한창 심할 때 경기를 마친 모리타 리카코(일본)는 이날 하루에만 14타를 잃었다. 4일 재개된 3라운드 잔여 경기에서 3오버파를 쳐 3라운드까지 중간합계 이븐파를 기록한 박인비는 이날 오후 11시 현재 4라운드 13번홀까지 5오버파의 부진을 보이며 공동 42위까지 밀렸다. 퍼팅이 장점인 박인비지만 2라운드와 3라운드에서는 각각 퍼팅 개수가 37개와 36개나 됐다. 홀당 평균 투 퍼트 이상을 했으니 좋은 스코어가 나올 수 없었다.

한국 선수 중에서는 박희영(26·하나금융그룹)과 최나연(26·SK텔레콤)이 우승 경쟁에 뛰어 들었다. 지난달 매뉴라이프 클래식 우승자인 박희영은 9번홀을 마친 4일 오후 11시 현재 8언더파로 공동 선두로 뛰어올랐다. 지난해 US오픈 우승자인 최나연도 5번홀(파5)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8언더파로 공동 선두가 됐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2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이 밖에 스테이스 루이스와 모건 프레셀(이상 미국)도 8언더파를 기록하며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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