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비신사적 플레이’ 논란에 휩싸였던 인삼공사 양희종.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시즌을 보내고 있는 그가 14일 경기 안양체육관에서 농구공을 들고 포즈를 취했다. 그는 승부욕과 열정이 넘쳐 때로 거친 경기를 펼쳤다. 하지만 자신이 비신사적 플레이를 일삼는 것처럼 비치는 데는 억울해했다. 안양=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장면1. 지난해 4월 프로농구 2011∼2012시즌 동부와 인삼공사의 챔피언 결정 6차전. 경기 종료 8초를 남기고 64-64 동점 상황에서 공을 쥔 양희종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인삼공사를 창단 후 첫 우승으로 이끈 점프슛. 승부를 결정지은 그의 슛은 유명 농구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 강백호의 점프슛과 닮아 화제가 됐다.
#장면2. 지난해 11월 2012∼2013시즌 SK와 인삼공사의 2라운드 맞대결. 수비를 하던 양희종이 자리싸움을 하고 있던 SK 김민수의 등을 팔꿈치로 후려쳤다. 경기 내내 양희종과 김민수 사이에 거친 몸싸움이 오갔고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양희종은 이때부터 ‘비신사적’인 수비로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시즌 ‘영웅’ 소리를 들었던 양희종(29·194cm)은 이번 시즌에는 팬들에게 뭇매를 맞고 있다. 김민수와의 충돌은 시작에 불과했다. 양희종은 3라운드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에이스 문태영을 6득점으로 꽁꽁 틀어막았지만 ‘더티 플레이’를 했다며 욕을 먹었다. 팬들은 그의 경기 모습을 인터넷에 올린 뒤 심판 눈에 보이지 않게 파울을 많이 했다고 비난했다. 모비스와의 4라운드 대결에선 그가 레이업슛을 하던 도중 김시래에게 ‘공중 발차기’를 했다는 의혹까지 번졌다.
당당했던 양희종의 어깨는 잔뜩 움츠러들어 있었다. 하지만 다소 억울한 표정도 지었다.
“김시래 선수가 뒤에 있는지도 몰랐어요. 일부러 보고 찬 건 아니에요. 뒤에서 누가 치니까 파울을 얻겠다고 액션을 취했는데 동작이 커지면서 그만 발이 올라간 거예요. 바로 사과를 했지만 뉴스엔 그 부분만 편집된 장면이 나가더라고요. ‘진실은 양희종만 안다’면서요.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그 이후로 플레이가 소심해진 것 같아요.”
양희종은 비난의 발단이 된 SK 김민수와의 신경전에 대해 “그때 상황은 제가 잘못했다”며 사죄했다. 양희종은 “1라운드 도중 김민수와 말다툼을 벌였는데 그때의 앙금이 2라운드까지 남아 있었다”고 고백했다.
1월 17일 모비스와의 경기에서 상대 팀 에이스 문태영(왼쪽)의 공격을 저지하다 파울을 하고 있는 양희종. 동아일보DB수비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양희종은 주로 상대 팀 에이스를 전담 마크한다. 최고 공격수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히는 문태영을 수비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태영이 형은 정말 막기 힘들어요. 보이지 않게 반칙도 많이 하죠. 솔직히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저도 억울할 때가 많거든요. 전 그 경기에서 태영이 형한테 맞았는데도 욕을 먹잖아요. 얼마나 더럽게 했으면 때렸겠느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앞으로도 양희종의 거침없는 수비는 계속될까. 그는 요즘 마음고생에 이어 몸 고생도 하고 있다. 올 2월 오른손 약지 골절 부상에 이어 이달 초엔 코뼈에 금까지 갔다. 하지만 그는 다시 한번 투혼을 발휘하고자 한다. 단 예전처럼 “팬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는 않겠다”는 전제를 달았다.
“언젠가 태영이 형이 저를 가장 껄끄러운 맞상대로 꼽았더라고요. 문태영 같은 선수가 나를 의식한다는 게 나쁘지 않았어요. 몸싸움 때문에 마음이 상하더라도 악바리 수비는 계속 해야겠죠. 누군가는 악역을 맡아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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