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수 감독 ‘큰형님 리더십’ 빛났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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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얀 태업때 당근-채찍 병행

최용수 서울 감독(39)은 현역 시절 위계질서를 강조해 ‘카리스마 최’로 불렸다. 그러나 2011년 서울의 감독대행을 맡게 되면서 스타일이 바뀌었다. 무뚝뚝하게만 보였던 그는 선수들에게 농담을 던지거나 고민을 상담해 주며 수평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다고 선수들에게 좋은 말만 한 것은 아니다. 선수단 내부의 규칙, 코칭스태프와의 믿음을 어긴 선수에게는 불호령을 내렸다.

감독대행으로 시행착오를 겪으며 ‘당근과 채찍’을 적절히 사용하는 법을 터득한 그는 정식 감독이 된 올 시즌 ‘큰형님 리더십’으로 서울의 리그 우승을 이끌어 냈다. 시즌 초반 ‘데얀 태업 사건’ 때 최 감독의 행동은 그의 리더십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다. 데얀은 3월 4일 대구와의 경기에서 불성실한 경기를 펼쳤다. 거액의 연봉을 제시한 중국 프로축구 광저우 푸리로의 이적이 무산되는 과정에서 팀과 불화를 빚었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최 감독은 전반 22분 만에 주득점원인 데얀을 교체한 뒤 “성실히 뛰기로 한 약속을 어긴 선수를 절대 용서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감독이 예상외로 강경한 모습을 보이자 데얀은 “오해가 있었다. 우승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선수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자 ‘뒤끝’이 없는 최 감독은 데얀의 출전 기회를 보장하며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팀이 나를 내쫓지 않은 이상 내가 먼저 서울을 떠날 일은 없다”며 완벽한 ‘서울맨’이 된 데얀은 올 시즌 K리그 통산 한 시즌 개인 최다골 기록을 작성하며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최 감독은 “내가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조연이 돼 선수들의 꿈을 이뤄주고 싶었다. 부족한 감독을 믿고 끝까지 똘똘 뭉쳐 단합된 힘을 보여준 선수들에게 우승의 공을 돌린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
#최용수#축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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