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지애 1박2일 혈투… 부상날린 부활 샷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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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PGA 킹스밀 챔피언십 우승

5일간에 걸친 81개 홀의 대혈투. ‘지존’ 신지애(24·미래에셋)의 부활에 어울리는 극적인 드라마였다.

신지애가 오랜 우승 가뭄을 딛고 모처럼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0일 미국 버지니아 주 윌리엄스버그의 킹스밀 리조트 리버 코스(파71·6384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킹스밀 챔피언십 대회 5일째 폴라 크리머(미국)와의 연장 9차전.

크리머가 보기를 범한 사이 침착하게 파를 세이브하며 우승을 확정지은 신지애는 평소답지 않게 퍼트를 그린 위에 떨어뜨린 뒤 두 팔을 번쩍 들어올리며 환호했다. 2010년 11월 미즈노 클래식 이후 1년 10개월 만의 정상 복귀이자 개인 통산 LPGA 9번째 우승이었다. 우승 상금은 19만5000달러(약 2억2000만 원).

○ 역대 두 번째로 길었던 서든데스 연장전

예정대로라면 두 선수는 하루 전 4라운드를 끝낸 뒤 13일 개막하는 브리티시오픈 참가를 위해 영국행 전세기에 올라야 했다. 하지만 승부는 끝나지 않았고 그들은 영국행을 뒤로 미룬 채 하루 더 경기를 치러야 했다.

4라운드까지 둘은 최종합계 16언더파 268타로 동타를 기록했다. 크리머가 마지막 홀에서 1m짜리 파 퍼트를 놓치면서 연장전에 돌입한 것이다.

18번홀(파4·382야드)에서 서든데스로 치러진 연장전은 끝없이 이어졌다. 두 선수는 8차례나 18번홀 티잉 그라운드와 그린을 오가며 모두 팽팽한 파 행진을 이어갔다. 신지애로서는 연장 첫 번째 홀에서 2m 거리에서 친 버디 퍼트가 홀 바로 앞에서 멈춰선 게 아쉬웠다. 어느덧 코스에 어둠이 찾아왔고 두 선수는 다음 날 오전 9시(한국 시간 10일 오후 10시)에 경기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10일 16번홀(파4·405야드)에서 치러진 운명의 연장 9번째 홀. 신지애가 침착히 파를 세이브 한 반면 크리머는 1.5m 파 퍼팅을 놓쳐 승부가 갈렸다. LPGA 투어 역사상 서든데스 방식의 최장 연장전은 1972년 코퍼스 크리스티 시비탄 오픈에서 나온 10차전이다.

○ “오래 기다려 준 팬들께 감사”

승승장구하던 신지애에게 지난 2년은 악몽 같은 시간이었다. 2010년까지 LPGA에서 8승을 거두며 세계랭킹 1위에 올랐던 신지애는 비거리를 늘리기 위해 스윙 교정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슬럼프에 빠졌다.

우승과는 인연을 맺지 못하는 사이 부상도 겹쳤다. 지난 5월에 왼쪽 손목 수술을 받고 거의 두 달가량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1위였던 세계랭킹은 지난해 말 7위까지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13위까지 추락했다.

하지만 지난달 말 끝난 캐나디언 오픈에서 3위를 차지하면서 컨디션을 회복하더니 이번 대회에서 긴 경기 끝에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신지애는 “손목 수술 후 회복이 빠르긴 했지만 이렇게 빨리 우승할지는 몰랐다. 그동안 우승 기회가 많았는데 고비를 못 넘겼다. 한번 넘겼으니 앞으로는 승부처에서 부담감을 이길 수 있게 연습을 해야겠다”고 말했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  
#신지애#LPGA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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