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2012]“진실을 샅샅이 보여주마” 비디오 판독이 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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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8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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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개 종목중 17개 종목 도입… 요트-조정-사격은 필요없어
“경기흐름 끊기고 심판 무시” 반대 목소리 속 점점 대세로



#1. ‘마린보이’ 박태환(23·SK텔레콤). 수영 남자 자유형 400m 예선에서 황당한 실격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4시간 뒤 실격 판정이 번복돼 기사회생했다. 비디오 판독 덕분이었다. 박태환은 비록 올림픽 2연패는 놓쳤어도 값진 은메달을 수확했다. 수영에서 비디오 판독이 도입된 건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이 처음이었다.

#2. 조준호(24·한국마사회)는 비디오 판독 덕분에 처음엔 웃었다. 유도 남자 66kg급 8강에서 상대인 에비누마 마사시(일본)가 유효 판정을 받았지만 비디오 판독 결과 득점이 인정되지 않아서다. 연장전이 끝난 뒤 주심과 부심 2명은 조준호의 승리를 판정했다. 그런데 이번엔 비디오 판독이 조준호를 울렸다. 심판위원장은 비디오 판독을 이유로 판정을 번복했다. 유도에서 비디오 판독은 이번에 처음으로 도입됐다.

○ 26개 종목 가운데 9개만 비디오 판독 안 해


바야흐로 올림픽도 비디오 판독의 시대를 맞았다. 종목마다 비디오 판독이 속속 도입되고 있다.

동아일보는 이번 런던 올림픽 26개 전 종목의 비디오 판독 현황을 분석했다. 그 결과 비디오 판독을 도입하지 않은 종목은 축구, 핸드볼, 배구 등 9개에 불과했다. 그나마 요트, 조정 등은 배에 위성항법장치(GPS)를 달아 결승선 통과 여부를 파악하기에 비디오 판독 자체가 필요 없는 종목. 사격 역시 전자 표적지 안에 마이크로 칩을 부착하는 첨단 기술을 사용해 비디오 판독이 불필요하다. 역도는 특이하게 비디오 판독을 하다 판정 시스템의 변화로 이번 대회부터 중단했다.

런던에서 처음으로 비디오 판독을 도입한 종목은 4개(유도, 태권도, 펜싱, 하키). 하키를 제외하곤 모두 겨루기 종목이다. 조정원 세계태권도연맹(WTF) 총재는 “겨루기 종목의 경우 기술이 들어갔는지 등을 판단하는 데 심판의 주관이 많이 개입된다. 팬들의 신뢰 문제를 고려할 때 비디오 판독 요구가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디오 판독의 원리는 모든 종목이 비슷하다. 지나간 장면을 확인해 오심을 최대한 줄이자는 거다. 차이는 ‘무엇’을 확인하는지에 따라 생긴다. 육상, 수영, 사이클 등은 스타트 및 피니시 라인을 확인해 부정 출발 여부 및 결승선 통과 순위 등을 점검한다. 테니스, 배드민턴 등은 공이나 셔틀콕의 아웃과 서브 폴트 여부 등을 확인하는 게 목표. 태권도, 레슬링 등 격투기 종목에선 기술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규정을 위반했는지 등을 확인한다. 비디오 판독은 버저가 울리기 전에 슛이 들어갔는지(농구), 도약·착지 장면을 포함해 기술 전 과정이 제대로 구현됐는지(체조) 등을 확인하는 데 이용되기도 한다.

○ 반대 목소리 있지만 여전히 대세

비디오 판독에 대해선 반대의 목소리도 높다. 심판의 권위가 상실된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테니스 스타 로저 페데러(스위스)는 한 인터뷰에서 “최소한 두 사람이 모든 라인을 지켜본다. 몇 개의 실수를 바로잡자고 비디오 판독을 하는 건 그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경기 흐름이 끊겨 역효과를 낼 거란 우려도 있다. 김건태 한국배구연맹 심판은 “보통 한 경기에서 심판이 300회 이상 판정을 내린다. 기계가 심판을 대신하면 경기 흐름이 매끄럽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비디오 판독이 오히려 판정 번복 등에 악용될 소지도 있다. 실제 2008년 카누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서 박모 군이 대표로 뽑혔다 탈락했다. 비디오 판독 결과 벌점이 발견됐다는 게 카누연맹 측의 해명이었지만 비리 의혹은 풀리지 않았다. 이번 올림픽에서 판정 번복으로 억울하게 패배한 조준호도 비슷하다. 강동영 대한유도회 사무국장은 “심판위원장이 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권력을 쌓는 데 이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비디오 판독은 여전히 대세로 인정받는 분위기다.

테니스에서 도입 초기 논란이 많았던 판독 시스템 ‘호크아이’의 경우 현재는 대다수 선수들이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도입 이후 심판에게 항의하는 횟수가 90% 이상 줄어들며 경기 진행까지 오히려 빨라졌다는 평가. 팬들에겐 호크아이 자체가 하나의 ‘즐길거리’가 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포츠 관계자들은 “정도의 선만 지킨다면 비디오 판독 자체가 나쁠 게 없다”고 말한다. 비디오 판독 요청 횟수를 제한하거나 요청 조건 등만 엄격하게 규정한다면 ‘최악의 오심’을 피할 수 있는 최선이란 얘기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김성모 인턴기자 중앙대 경제학과 4학년
#런던 올림픽#비디오 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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