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감독 LG 김기태의 ‘DTD 저주’ 대처법

  • Array
  • 입력 2012년 6월 27일 07시 00분


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김기태 감독. 스포츠동아DB
격의없는 농담으로 선수단 기살리기
팀 하락세 인정도…“대반격 믿는다”


김재박 전 감독은 현대 시절 “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이 말은 김 전 감독이 LG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 저주처럼 돌아와 고비마다 LG의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박종훈 전 감독 때도 LG는 상위권을 지키다 여름과 함께 급전직하했다. 야구팬들은 ‘DTD(Down Team is Down)’라는 매우 ‘한국적인 영어’로 표현하며 이를 프로야구의 증명되지 않은 공식, 또는 저주로 부르고 있다.

6월 말 LG에는 또 다시 ‘DTD의 악몽’이 고개를 들고 있다. 막강한 마무리로 자리 잡던 봉중근이 자해소동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며 분위기가 급격히 가라앉았다. 그 사이 팀도 연패에 빠지며 시즌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초보 사령탑 김기태 감독에게는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26일 잠실 KIA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웃으며 선수들의 훈련을 바로 곁에서 지켜봤다. 가만히 서 있어도 땀이 흐를 정도로 몹시 더웠지만 한참 동안을 그렇게 서서 함께 호흡했다. 그리고 선수들에게 “월요일에 감독 팔아먹지 말고, 집에서 열심히 애도 보고 가족과 시간 보내라”고 한마디를 던졌다. 그리고 “내가 선수 때 감독님을 자주 팔았다. 아내가 ‘함께 쇼핑하러 가자’고 하면 ‘특타, 타격훈련 있다’고 그러고는 사우나로 몰래 도망간 적도 있다”며 웃었다.

지금 같은 위기에서 초보 사령탑은 먼저 흔들리기 쉽다. 감독의 표정 하나에 팀은 달라진다. 그러나 김 감독은 스스럼없는 자기고백, 그리고 친근한 농담 등 젊은 지도자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분위기를 밝게 이끌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과거 LG 감독들이 애써 ‘DTD’를 외면했던 것과 달리 솔직히 한마디를 더했다. “우리 팀 지금 매우 어렵다. 그러나 선수들이 잘할 것으로 믿는다. 이번 한주도 열심히 뛰어 보겠다.”

잠실 |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