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봤자 내 손안”… 빨랫줄 송구 비법은 도움닫기

  • 동아일보

팔 힘보다는 스텝이 중요
투수출신 야수 송구 강해

29일 두산이 KIA에 4-3으로 살얼음판 리드를 지키던 9회초 잠실구장. KIA는 무사 1루에서 신종길이 오른쪽 안타를 날렸다. 1루 주자 윤완주는 2루를 밟자마자 3루로 내달렸다. 평소대로라면 당연히 3루까지 진루할 수 있는 상황. 하지만 두산 우익수 정수빈의 ‘빨랫줄’ 같은 송구로 윤완주는 아웃됐다. KIA는 추격의지를 잃었고 경기는 그대로 끝났다. 그림 같은 송구 하나가 승부를 가른 셈이다.

이처럼 강한 송구를 위한 절대 조건은 ‘도움닫기’다. 외야수는 선 채로 공을 던지는 투수와 달리 도움닫기를 한 뒤 던진다. 보통 3, 4번 도움닫기를 한다. 세 발짝을 걸으면 빠른 송구가 가능한 대신 네 발짝을 걸을 때보다 힘이 떨어진다.

‘짐승 송구’로 유명한 SK 외야수 김강민은 세 발짝 도움닫기를 한다. ‘수비수의 한 발이 주자의 두 발과 같다’는 지론 때문이다. 그는 “공이 외야수까지 굴러오는 동안 최대한 빨리 달려가 공을 잡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수달(수비의 달인)’로 불리는 두산 외야수 임재철은 네 발짝 도움닫기를 선호한다. 그는 “이치로(시애틀)는 오른발을 앞에 두고 공을 잡아 세 발짝을 걷고 던지는데 나는 왼발이 앞일 때 공을 잡아 네 발짝에 던진다. 몸의 균형을 맞춘 상태에서 공을 던지는 데 신경을 쓴다”고 했다.

빨랫줄 송구의 달인들은 투수 출신이 많다. 김강민과 임재철도 투수에서 야수로 전업했다. 넥센 심재학 코치는 선수 시절 빠르고 정확한 송구로 이름을 날리면서 투수로 전업하기도 했다.

어깨가 좋다고 무조건 송구를 잘하는 건 아니다. 임재철은 “어깨가 좋으면 힘으로 공을 던지려 하기 때문에 정확도가 떨어질 수 있다. 힘보다는 공을 잡아 던지는 스텝이 중요하다”고 했다.

이 밖에 외야에서 홈이나 1∼3루로 바로 던질 때는 최대한 낮게 원바운드로 송구하는 게 원칙이다. 공을 공중으로 높이 던지면 그 사이에 주자가 한 발이라도 더 뛸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수들이 한결같이 강조하는 건 반복적인 송구 연습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던질 수 있는 ‘백만 불짜리 송구’는 피와 땀의 결정체라는 얘기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빨랫줄 송구#도움닫기#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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