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태훈, ‘弱’을 품은 ‘强’… 막강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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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4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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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성적에 집착하던 임태훈, 강약조절에 눈뜬 후 더 세져10km준 구속으로 타자 압도… 3경기 3승, 평균자책 0.53

2010년 10월 13일 두산과 삼성의 플레이오프 5차전. 두산 투수 임태훈(24·사진)의 모자에는 ‘허리야 버텨줘!’라고 적혀 있었다. 그는 비록 이날 패전투수가 됐지만 고통을 참고 마운드를 지켰다. ‘아기곰’ 같은 귀여운 외모였지만 그 속에는 강한 승부욕이 끓고 있었다. 두산과 SK의 문학경기가 비로 취소된 25일 인천 로얄호텔에서 만난 임태훈은 그 모습 그대로였다. 거기에 성숙함이 묻어났다.

○ 더 큰 투수로 거듭나다

임태훈은 올 시즌 선발투수로 3연승하며 ‘영건 에이스’로 떠올랐다. 3경기에서 단 1실점만을 했다(평균자책 0.53). 과거의 그는 최고 시속 150km 직구가 강점이었다. 올해는 140km대 초반으로 속도가 줄었다. 하지만 오히려 타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중간 계투로 나섰을 때는 힘으로 밀어붙였다. 직구, 슬라이더, 포크볼 3개 구종만 던졌다. 그러나 이제는 느린 변화구도 구사해 타자의 타이밍을 뺏고 있다. 24일 문학 SK전에선 그동안 선보이지 않았던 서클 체인지업을 결정구로 던지며 3승째를 챙겼다. 그는 “서울고 재학시절부터 던졌던 공을 다듬었을 뿐이다. 이제 내 공에 믿음이 생겨 불리한 볼카운트에서도 변화구를 던질 수 있게 됐다”고 했다.

임태훈은 2010년에도 잠시 선발투수를 했지만 9승 11패에 머물렀다. 허리 부상 때문이었다. 그는 마운드에서 로진을 줍지 못할 정도로 허리 통증이 심했지만 진통제를 맞으며 버텼다. 어렵게 잡은 선발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이 화근이었다. 결국 홈런을 27방이나 맞으며 고개를 숙였다.

임태훈은 지금도 허리 상태가 좋지는 않다. 하지만 한층 성숙한 투구를 하며 달라졌다. 두산 김진욱 감독과 정명원 투수코치는 “강약 조절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과거의 임태훈은 ‘강함’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능수능란하게 완급을 조절하는 투수가 됐다는 거였다.

○ 팀을 위한 희생을 알다

임태훈은 올해 연봉 1억 원에 재계약했다. 지난해보다 5500만 원이나 깎였다. 하지만 그는 말없이 계약서에 사인했다. 지난해 두산이 4강에 진출하지 못한 건 자신의 부진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다.

“내가 입단한 2007년부터 2010년까지 두산은 매번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하지만 지난해엔 그러지 못했다. 내가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팀 순위가 떨어졌다. 동료들에게 너무 죄송했다.”

임태훈은 지난해의 아쉬움을 올해 모두 채우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개인적인 욕심은 버렸다. 과거에는 ‘몇 이닝을 무실점으로 던지면 평균자책이 2점대로 내려간다’는 식으로 계산적인 야구를 했지만 이젠 아니다. 자신의 성적은 머릿속에서 지웠다. 선발투수로서 팀 승리의 발판을 놓는 역할을 하는 게 최우선이라고 했다.

야구는 임태훈에게 ‘힘’이자 ‘독’이었다. 어린 시절 힘들 때마다 야구에 빠지면 모든 게 잊혀졌다. 때로는 야구 때문에 심신이 괴로운 적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태어나도 야구를 할 것”이라고 했다. “새로 야구를 한다면 그때는 여유를 찾고 싶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야구에 집중하고 싶다.” 임태훈은 두산의 에이스이자 성숙한 인간으로 화려한 잔치를 열고 있다.

조동주 기자 djc@donga.com
#임태훈#선발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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