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는 시신을 처리하고, 고인을 추모하고, 유족의 상처를 치료하는 기능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요즘 장례는 접객과 음식 대접이 우선되고, 장례식장 측의 판에 박힌 프로그램에 갇혀 진행되고 있어요.”
‘2026 장례 패러다임 변화 #1’’ 세미나를 22일 개최한 을지대 죽음문화연구소의 김시덕 소장은 “장례식장 문화가 도입된 지 30여 년이 됐지만 여전히 장례의 본질에서 멀어져 있다”고 지적했다. 획일적이고, 상업적 이익 중심으로 구조가 짜인 ‘공장식 장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얘기다. 김 소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유족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이벤트를 하려고 해도 장례식장에 마땅한 공간이나 장비가 없을뿐더러, 식장 측이 ‘일이 많아진다’며 못하게 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김 소장은 ‘생전 장례식’ 등 장례문화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생전 장례식은 육체와 정신이 비교적 건강할 때 지인들을 모아 잔치 등의 형식으로 치르는 것이다. 의미 있는 물건 또는 편지를 교환하거나 공연을 벌이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할 수 있다.
이는 삶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사람이 지인들로부터 평가를 들으며 인생을 정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 사망했을 때는 따로 장례식은 치르지 않고 가족들끼리 마무리한다. 김 소장은 “생전 장례식을 하신 분들은 마음이 편해졌는지, 하고 나서 더 오래 사셨다는 얘기를 듣는다”고 했다.
장례가 우울하고 슬프고 어두운 의례가 된 건 일제강점기에 서양 문화가 들어오면서부터라고 김 소장은 설명했다.
“진도 ‘가시래기’ 마당굿은 빈소 앞마당에서 사람들이 배꼽을 잡고 웃을 수 있는 연극을 합니다. 우리 전통 장례는 물론 울음도 있지만, 한쪽에서 웃음이 같이 존재해도 문제가 없었어요.”
‘조문객 없는 가족장’도 새롭게 확산되는 문화다. 하지만 김 소장은 “요즘 ‘무빈소장’, ‘후불식 상조’라며 저렴하게 장례를 치를 수 있다고 광고하는 곳이 늘었다”며 “실제론 각종 비용을 부풀려 청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아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세미나에선 공영장례 전용 빈소 등 공공 장사시설의 역할, 수목장·산분장·펫(Pet) 장례시설의 도입, 인공지능(AI) 시대 장례 등에 관한 논의가 진행됐다. 김 소장은 “후속 세미나를 통해 장례방법의 변화 등 새로운 장례문화를 위한 문제제기와 논의를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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