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선동열 감독 “김응룡 감독님 자리에 내가 앉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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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3월 28일 07시 00분


27일 광주 LG전. 태산처럼 높은 존재였던 김응룡 전 감독의 자리에 앉은 KIA 선동열 감독이 잠시 감회에 젖었다. 광주|박화용 기자
27일 광주 LG전. 태산처럼 높은 존재였던 김응룡 전 감독의 자리에 앉은 KIA 선동열 감독이 잠시 감회에 젖었다. 광주|박화용 기자
KIA 선동열감독 ‘광주구장 감회’

천연잔디 단장 홈구장서 추억에 젖어
“우린 전국구 인기…700만 관중 한몫”


27일 광주구장의 풍경은 이색적이었다. 축구장을 허물고 그 자리에 새 야구장을 짓기 시작한 이후 처음 열리는 KIA의 홈경기. 바뀐 출입구를 찾지 못한 관중, 자리가 없어져 새로 ‘영역’을 정하느라 소리 높여 싸우는 노점상, 그리고 천연잔디를 깔아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변모한 광주구장.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새 야구장과 30년간 지킨 그 자리를 비워주기 전 마지막으로 새 단장한 현재의 야구장.

과거와 현재, 미래가 교차한 그 곳의 1루 덕아웃에 묵묵히 서있던 선동열 감독은 물끄러미 감독석을 바라봤다.

○또 김응룡 감독의 자리를 물려받은 선동열

선동열 감독은 빙그레 웃으며 “예전에도 감독 자리가 딱 여기에 있었다. 변함없이 똑같다”고 말했다. 그리고 잠시 추억에 잠긴 듯 뭔가를 생각한 뒤 “당시 김응룡 감독님도 여기 앉으셨다. 오늘 처음 앉아 보겠다”며 웃었다. 선 감독에게 광주구장은 1985년부터 1995년까지 11년간 이름 그대로 안방이었다. 그리고 그 11년간 1루 덕아웃 가장 안쪽 자리를 김응룡 전 삼성 사장이 지켰다. 김 전 사장과 선 감독은 긴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야구의 대표적인 사제지간이다. 최고의 감독과 최고의 선수로 한 팀에 있었고, 감독과 수석코치로 호흡을 맞췄다. 그리고 구단 사장과 감독으로 인연을 이어가며 한국시리즈 정상에 함께 섰다. 물론 그동안 광주구장의 의자는 수차례 바뀌었지만 2대 사령탑 김응룡 감독의 자리는 7대 사령탑 선동열 감독에게로 물려졌다.

○700만 관중에 일조하겠다!

선동열 감독은 이날 LG전 개시 직전까지 감독석에 앉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올 시즌 좋은 성적을 올려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에 대해 말했다. “선수 때도 우리 팀은 전국 방방곡곡에 팬이 있었다. 서울, 인천은 물론 부산에도 우리 팬이 꽤 있었다. 팬이 많은 팀 감독을 맡은 만큼 올해 프로야구가 목표로 하는 700만 관중 달성을 위해서라도 좋은 성적을 올려야겠다”고 다짐했다.

○확 바뀐 광주구장

광주구장에 천연잔디가 깔린 뒤 이날 처음 경기가 열렸다. 선동열 감독은 “적응이 안 된 상태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부상이 나올 수 있다. 더 많은 시간을 갖고 훈련하겠다”고 말했다. 아직 완벽치 않지만 천연잔디 효과는 첫날부터 눈에 띄었다. 2회 KIA 유격수 김선빈은 LG 김재율의 깊숙한 타구를 잡아내 완벽한 송구로 아웃을 잡았다. 타구 속도가 빠른 인조잔디에선 불가능한 수비였다. 부상으로 악명 높던 광주구장이었지만 이날 양 팀 야수들의 움직임은 한결 가벼웠다.

광주|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트위터 @rushlk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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