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 졸업 대만계 미국인, NBA서 깜짝 활약… ‘제러미 린 신드롬’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2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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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 출신의 활약상을 보기 힘들었던 미국프로농구(NBA) 코트에 ‘황색바람’이 불고 있다. 대만계 미국인 제러미 린(林書豪·24)이 주인공. 미국 언론은 최근 린의 활약상을 그의 이름과 광기(insanity)를 결합한 ‘린새니티(Linsanity)’로 부르며 연일 대서특필하고 있다.

11일 미네소타 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열린 NBA 미네소타 팀버울브스와 뉴욕 닉스의 경기에서 등번호 17을 단 유일한 아시아계 선수인 린은 20득점에 8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의 활약에 힘입어 이날 뉴욕 닉스는 100 대 98로 승리를 거머쥐며 5연승을 이어갔다. 린은 앞서 10일 뉴욕에서 열린 LA 레이커스와의 경기에서는 38득점, 7어시스트로 자신의 NBA 최다 득점을 기록했다.

[채널A 영상]NBA 달구는 하버드대 출신 동양계 선수

그의 활약으로 매년 부진을 면치 못했던 뉴욕 닉스가 연승 행진을 거듭하자 뉴욕 팬은 물론이고 미 전역에 ‘제러미 린 신드롬’이 불고 있다. 그의 등번호 17이 새겨진 일반판매용 뉴욕 닉스 유니폼은 이미 뉴욕 전역에서 구하기가 어려워졌다.

린은 대만 엔지니어 출신 아버지가 이민해 온 로스앤젤레스 시에서 태어난 이민 2세다. 아버지도 농구팬이어서 린을 5세 때부터 농구장에 데려갔다. 고등학교 때 린은 지역 명문 팰러앨토고교에 들어가 팀을 주 대회에서 우승시켰다.

학점(GPA) 4.2의 최상위 성적으로 고교를 졸업한 린은 대학농구 강팀으로의 진학을 원했으나 동양인의 운동능력을 의심한 대학들로부터 퇴짜를 맞았다. 좌절하지 않고 학업 실력으로 하버드대에 진학해 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내내 수업에 빠지지 않았다. 하버드대에서 경제학을 가르쳤던 교수는 “아침에 농구 연습을 하고도 수업에 지각한 적이 없는 몇 안 되는 학생 중 하나”로 기억했다.

그는 졸업 후 2010년 NBA 신인 드래프트에 도전했으나 아시아인의 운동능력을 의심한 팀 관계자들 때문에 지명 받지 못했다. 그러나 주로 벤치선수들이나 드래프트에서 지명되지 못한 선수들이 뛰는 서머리그에서 놀라운 활약으로 골든스테이트와의 계약에 성공해 1954년 에드 스미스 이후 하버드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NBA에 입성한 선수가 되었다.

그러나 린은 2번 팀에서 방출되고 4번이나 NBA 하부리그를 전전한 끝에 지난해 12월 27일 임시계약 선수로 뉴욕 닉스에 입단했다. 린은 이달 5일부터는 팀의 주전이었던 선수들이 부상당해 대신 출전할 기회를 얻은 후 5경기 연속 20득점 이상을 얻어 팀의 5연승을 이끌었다.

그동안 아시아 출신 선수들이 NBA 문턱을 두드렸지만 큰 키(229cm)의 야오밍 이외에는 이렇다 할 활약을 한 선수가 없었다. 이 때문에 린의 활약은 동양인에게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고 있다. 린의 키는 191cm이다. 페이스북 등에는 운동도 잘하면서 하버드대를 나온 그에 대한 얘기가 확산되고 있다.

백연상 기자 baek@donga.com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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