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동 “전설의 ‘철인’으로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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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2월 15일 07시 00분


포항 김기동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 연습생에서 출발해 구단 레전드까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김기동은 영국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을 계획이다. 스포츠동아DB
포항 김기동이 제2의 인생을 준비한다. 연습생에서 출발해 구단 레전드까지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아온 김기동은 영국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을 계획이다. 스포츠동아DB

K리그 501경기 출전 39골 40도움
688개의 파울과 605개의 슛
그리고 35번의 경고와 2번의 퇴장.
포항 스틸러스 ‘레전드’ 김기동(39)이
K리그 21시즌을 뛰며 남긴 기록들이다.
그는 이 발자취를 뒤로 하고
선수 생활을 마감하기로 결심했다.
영국 지도자 연수를 준비 중인 김기동과
14일 전화인터뷰를 했다.

K리그 21시즌 501경기 39골 40도움…
포항 2군→방출→금의환향 연습생 신화

타구단 현역 영입 제안 있었지만 거절
포항의 전설로 남고 싶어 지도자 준비
롤모델은 맏형 리더십 니폼니시 감독


● 은퇴 비하인드 스토리

은퇴 결심은 말처럼 쉽지 않았다. 사실 김기동은 올 시즌 후 구단에 “1년 더 플레잉코치를 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 부상도 없고 1년 더 뛸 자신이 있었다. 40(골)-40(도움) 클럽 가입에도 딱 1골 남겨 놓고 있었다. 그러나 포항은 난색을 표했다. 이 때 다른 팀에서 플레잉코치 제의가 들어왔다. 김기동은 2007년과 작년에도 몇몇 팀으로부터 영입 제안을 받았었다. 그 때는 포항에서 선수로 뛸 수 있다는 확신이 있어 거절했지만 이번 상황은 좀 달랐다. 많은 고민 끝에 포항 레전드로 남기로 했다.

“포항 선수라는 자부심이 가장 컸다. 내가 입단할 때 포항은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두 거쳐 가는 명문 팀이었다. 여기서 마무리하는 게 맞다. 시원섭섭하지만 며칠 지나고 나니 잘 결정했다는 생각이 든다.”

● 연습생이 레전드로

그는 연습생 출신이다. 1991년 포항 2군에 입단했다. 대표팀 수석코치 박태하가 입단 동기다. 김기동은 신평고 3학년 때 한 번도 전국대회 준결승에 들지 못했다. 당시에는 4강 제도가 있어 4강에 들지 못한 학교에는 딱 1명만 대학에 진학할 수 있는 쿼터가 주어졌다. 1순위는 김기동이었지만 감독이 양보를 권했다. 알고 보니 포항 2군에서 김기동과 동기생 1명을 연습생으로 받아줄 용의가 있다고 했다. 김기동이 포항을 선택하면 또 다른 동기 1명이 대학을 갈 수 있어 3명이 선수생활을 더 할 수 있었고, 김기동이 대학을 고집하면 자신 1명만 살 수 있었다.

포항으로 갔다. 2년 동안 1군 경기를 아예 못 뛰고 쫓겨나다시피 부천으로 갔다. 그곳에서 김기동은 다시 태어났다. 절실함이 그를 살렸다. “내가 한 게 축구 밖에 없는데 다른 새로운 걸 시작할 엄두가 안 났다. 나는 축구가 아니면 아무것도 안 된다는 절실함이 있었다.”

니폼니시 감독과의 만남은 행운이었다. 기본기와 패스를 중시하는 니포 축구 아래서 김기동의 기량은 만개했다. 2003년 친정팀 포항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는 포항에서 강력하게 김기동을 원했다. 10년 전 방출되다시피 짐을 싼 선수가 금의환향했다.

● 롱런의 비결은 절제

롱런의 비결. 그가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다. 대답은 한결같다. “자기 절제만 잘 하면 된다.” 술도 포함된다. 김기동도 소싯적에는 술 좀 마셨다. 프로 초년병 시절 선배들과 어울리기 위해 배웠다. 주량도 셌다. 한 번도 취한 적이 없었다. 선배들 데려다주고 뒤치다꺼리하는 건 늘 그의 몫이었다. 1997년 무릎 부상을 당해 4개월 쉬며 달라졌다. 선수생활을 하루라도 오래 하려면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었다. 철저하게 금주했다. 밤 10시면 자는 습관도 이때부터 길렀다.

이제는 주변 사람들이 먼저 챙긴다. 술도 안 권할뿐더러 밤 10시가 넘으면 왜 안 들어 가냐고 채근한다. 김기동은 “10시에 잔다는 게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바람에 밤에 사람들 눈 무서워 밖에 다니지도 못한다”며 웃음을 지었다.

그는 후배들에게 꼭 당부하고픈 말이 있다. 김기동도 최근 몇 년간 붙박이 주전이 아니었다. 한 달에 1번꼴로 뛸 때도 많았다. 선수들은 이 때 나태해지기 쉽다. 그러나 2군 설움을 겪어봤던 그는 경기에 못 나갈 때가 더 중요하다는 걸 안다. “감독님이 한 달 만에 기회를 줬는데 몸이 엉망이면? 그 기회 다시는 안 온다. 경기 안 뛸 때는 뛰는 선수들보다 3배는 노력해야 한다.”

● 맏형 리더십 꿈꿔

지도자 롤 모델은 니폼니시 감독이다. 부천 시절 니폼니시 감독은 특정 선수를 공개적으로 타박하거나 꾸짖는 일이 없었다. 며칠 지켜보다가 조용히 불러 면담을 통해 문제점을 파악했다. 당시 한국축구 문화에서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는 “강압적인 건 싫다. 요즘 신태용 감독의 맏형 리더십이 화제인데 나도 그렇게 선수들 눈높이에서 가르치고 호흡할 수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 김기동은?

● 생년월일 : 1972년 1월12일
● 신장/체중 : 171cm/68kg
● 포지션 : 미드필더
● 학력 : 신평중-신평고
● 프로경력
- 포항(1991∼1992)
- 유공(1993∼2002)
- 포항(2003∼2011)
- 프로통산 501경기 출전(K리그 필드플레이어 최초로 500경기 돌파)
● 대표경력 : 1998프랑스월드컵 예선

윤태석 기자 sportic@donga.com 트위터@Bergkamp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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