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PGA투어 최고 전성기 맞은 김하늘 “공 보며 늘 웃어요”… 3년 무관 날린 긍정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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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1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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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다승왕과 상금왕을 확정지으며 전성기를 맞은 김하늘. 볼 마크로 스마일 페이스를 그린다는 김하늘은 긍정의 힘을 강조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올 시즌 다승왕과 상금왕을 확정지으며 전성기를 맞은 김하늘. 볼 마크로 스마일 페이스를 그린다는 김하늘은 긍정의 힘을 강조했다. 김종원 스포츠동아 기자 won@donga.com
150mm의 폭우가 그친 제주에는 짙은 해무(海霧)가 몰려들었다. 그를 만나러 가는 길은 낮인데도 5m 앞을 분간하기 힘들었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그의 골프 인생이 이랬다. 2008년 3승을 거둔 뒤 3년 가까이 무관에 허덕였다. 하지만 먹구름 사이로 밝은 햇살이 비쳤다.

올 시즌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최고 전성기를 맞은 김하늘(23·비씨카드)이다. 18일 제주 서귀포시 블랙스톤골프리조트에서 그를 만났다. 이날 롯데스카이힐골프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KLPGA투어 시즌 마지막 대회 ADT캡스 챔피언십 1라운드가 악천후로 취소되면서 컨디션 조절을 하고 있었다. 잔뜩 찌푸린 날씨와 달리 그의 표정은 노란색 스웨터와 바지만큼이나 환하게 보였다. “솔직히 한 라운드가 줄어들어 아쉬워요. 남은 두 라운드에 집중해야죠. 잘 마무리할 거예요.”

김하늘은 4월 서울경제 여자오픈에서 2년 7개월 만에 정상에 복귀한 것을 시작으로 시즌 3승을 거두며 다승왕과 상금 여왕을 확정지었다. 대상 포인트도 1위를 달리고 있으며 평균 타수 1위도 노리고 있다. 4관왕을 바라보게 된 원동력은 향상된 드라이버였다. “비거리가 20야드 정도 늘어 260야드를 치면서도 방향성까지 좋아졌어요. 평소보다 스윙 템포를 빠르게 한 게 도움이 됐죠.”

김하늘은 2009년 대회 도중 갖고 있던 공을 모두 잃어버려 실격될 뻔한 사건으로 유명하다. 평소 공을 4개밖에 갖고 다니지 않다 황당한 경험을 했다. 그는 “한 라운드에 공 3개면 충분했거든요. 6홀마다 한 번씩 바꾸고요. 그 후로는 3줄(9개)씩 갖고 다녀요” 하며 웃었다.

김하늘은 자신의 공을 식별하기 위한 볼 마크로 스마일 페이스를 그린다. “공을 보며 늘 웃으려고 해요. 징크스는 스스로 만든다고 생각해요. 화나는 순간을 맞아도 바로 잊어요. 쉽게 버려야 채울 수 있거든요. 긍정의 힘이 중요해요.”

김하늘은 주니어 시절 최나연 김송희 신지애 김인경 등 쟁쟁한 동기들에 밀려 상비군 한번 해본 일이 없다. “나이별로 대표 인원이 정해져 있거든요. 다른 기수는 50점이면 태극마크를 달았는데 전 150점으로도 못 달았죠.” 치열한 경쟁은 그를 키운 자양분이다. 침대 맡에는 늘 캐디백이 있다. 자기 전에 9번 아이언 빈 스윙과 퍼팅 연습을 빼놓지 않는다.

뛰어난 패션 감각으로 유명한 김하늘은 올해 초 일기에 ‘상금왕과 세계 랭킹 30위 진입’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현재 그는 세계 랭킹 39위. “상금왕 자격으로 내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대회에 5, 6번 출전할 수 있어요. 한국 최고다운 실력을 보여야죠. 벙커샷, 퍼팅, 어프로치 같은 쇼트 게임을 연마할 거예요.” 김하늘의 시선은 어느새 더 높은 하늘을 향하고 있었다.

서귀포=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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