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코스터 베이스볼] 쿨성흔 “좌익수 생쇼? 팬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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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6일 07시 00분


‘누구만 봐 준다’는 소리 나올까봐…

롯데 홍성흔은 시즌 초반 좌익수로 나서 실수를 연발한 뒤 지명타자로 복귀했다. 그러나 아직도 당시 실수장면이 TV ‘진기명기’로 
반복되고 있다.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지만 그는 “이 한 몸 바쳐서 팬들이 즐겁다면 됐지”라면서 웃어넘기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롯데 홍성흔은 시즌 초반 좌익수로 나서 실수를 연발한 뒤 지명타자로 복귀했다. 그러나 아직도 당시 실수장면이 TV ‘진기명기’로 반복되고 있다.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하지만 그는 “이 한 몸 바쳐서 팬들이 즐겁다면 됐지”라면서 웃어넘기고 있다. 스포츠동아 DB
이제 딱 한달 남았어요. 시즌 막판이에요. 이쯤이면 페넌트레이스 순위 윤곽도 드러나고, 맥이 풀릴 법도 한데 예년과 달리 순위 싸움 치열해요. 개인타이틀도 유례없는 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어요. 팬들 입장에선 감사하고 또 고마울 따름이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피가 말라요. 4강 싸움에서 사실상 탈락한 하위권 팀들도 마찬가지예요. 넥센 김시진 감독도 그렇데요. 김 감독 얘기부터 롤러코스터는 시원하게 돌아요.

‘누구만 봐 준다’는 소리 나올까봐…

○김시진 감독이 ‘끝까지 GO’ 외치는 까닭은?

이달 1일부터 확대엔트리도 적용됐어요. 이맘때쯤, 꼴찌 팀이면 2군에 있는 유망주 불러들여 게임에도 뛰게 하고 하는데, 올해는 아니에요. 김시진 감독은 “시즌 끝까지 베스트 라인업을 쓰겠다”고 해요. 1승을 더하기 위해, 7위를 하기 위해서일가요? 아니에요. 괜한 오해 받기 싫어서래요.

2위 싸움이다, 4위 전쟁이다 해서 상위권이 피 말리는 싸움을 하는데, 괜히 백업 선수들 기용했다 ‘누구만 봐 준다’는 소리 듣기 싫어서래요. 장기적으로 봤을 때 팀에 뭐가 보탬이 될지 알지만 울며 겨자 먹기로 ‘끝까지 Go’를 외칠 수밖에 없는 것도 그래서예요. 하위팀 감독도 쉽지 않아요.

항의전화에 몸살 앓는 SK 홍보팀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요즘 SK 프런트는 ‘청명에 죽으나 한식에 죽으나’ 심정이에요. 김성근 전 감독의 자진사퇴와 경질 이후 김 감독 열혈 신도들의 항의전화가 밀물처럼 걸려오는 통에 업무에 지장이 생길 지경이었어요. 홍보팀이 받아내기에는 감당이 안 되는 상황.

그러나 홍보팀에서 막아내지 못하면 자칫 마케팅팀, 운영팀에 전화가 넘어가 지장을 줄 수 있어요. 홍보팀으로선 일일이 답이 나올 수 없는 항의전화에 응대해야 했으니 고역이었겠죠. 이 와중에 또 한편에서는 이만수 감독대행 팬들의 항의전화까지 가세했어요. “왜 우리 만수 대행이 저렇게까지 고생하는데 제대로 보호해주지 못하냐?”라는 요지라서 역시 대답이 궁해요.

감독님들 생각하는 순정에서 나오는 행동이라고 이해는 하려 하지만 전화를 받는 자리의 홍보팀 직원들은 애꿎은 신입직원 아니면 인턴들이라 난처하기만 해요.

충고와 침묵…내조의 여왕이란 이런 것

○박정권 부인 김은미 씨가 진정한 내조의 여왕


SK 박정권의 부인 김은미 씨는 지난해 롯데 이대호의 부인 신혜정 씨와 함께 ‘프로야구판 내조의 여왕’으로 급부상했어요. 박정권이 2010년 한국시리즈 MVP, 이대호가 2010시즌 MVP를 차지하는데 현격한 공을 세웠거든요. 특히 김 씨는 동갑내기 남편에게 따끔한 충고로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고 알려져 화제를 모았어요.

하지만 올해 김 씨는 방법을 180도 바꿨어요. 5일까지 타율 0.261에 9홈런, 41타점. 뜻대로 야구가 풀리지 않는 남편을 위해 집에서 야구 얘기는 일절 꺼내지 않고 오히려 다른 얘기로 분위기를 띄운대요. 시즌 초반에는 충고를 아끼지 않는 편이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누구보다 답답할 남편의 마음을 헤아리는 모습이에요. 그런 아내가 고맙기만 한 남편은 “가을이 되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방망이를 꽉 쥐고 힘차게 돌렸어요.

쿨∼한 홍성흔의 자포자기?

○홍성흔 “이 한몸 바쳐 모두가 즐겁다면”


홍성흔은 시즌 초반에 좌익수로 나가 ‘쇼’를 하는 일이 많았어요. 처음으로 도전한 좌익수 수비였기에 의욕이 넘쳤지만 역시 세상에 만만한 일이 없었나 봐요. 이를 악물고 전력질주해 앞으로 나오면 타구는 원바운드로 머리를 넘어가기도 하고,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다이빙캐치를 했지만 타구는 원망스럽게도 글러브를 벗어나기 일쑤였어요.

결국은 지명타자로 원위치. 이젠 다시 좌익수 돌아갈 일이 없어져 홀가분한 마음이에요. 아픈 기억은 잊기로 했어요. 그런데 혼자의 힘으로 잊을 수는 없어요. 요즘에도 TV만 보면 진기명기에 자신의 수비 장면이 계속 나오기 때문이에요. 우스꽝스러운 모습에 주위에서는 ‘그때 그 시절’이 생각나는지 다들 포복절도해요. 몇 년이 지나도 ‘진기명기’로 계속 나올 기세에요.

홍성흔은 이제 체념단계에 접어들었어요. “이미 망가진 것, 이 한 몸 바쳐서 팬들이 즐겁다면 됐지 뭐”라며 쿨하게 받아넘겼어요. 이때 조원우 외야 수비코치가 위로의 말을 건네요. “딱 좌익수 자리 잡는 시점이었는데 왜 그만 두라고 했지? 그렇지 않냐?” 홍성흔은 그냥 웃어버렸어요. 이젠 자기도 자신의 수비하는 진기명기 보면 즐거운 경지로 접어들었나 봐요.

[스포츠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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