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육상]쪼차바리 축제, 성숙한 시민의식도 함께 달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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쪼차바리(달리기의 사투리)

“선수들이 달려오고 있습니다. 더 힘내라고 박수와 함성 부탁드립니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첫 경기인 여자마라톤이 열린 27일 오전 대구 중구 ‘젊음의 거리’ 동성로. 결승선에서 1k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이곳으로 40km를 넘게 달려 지친 기색이 역력한 마라톤 선수들이 다가오자 응원단복을 입고 단상에 오른 시민이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외쳤다. 선수들을 기다리며 광장에서 열리는 공연을 즐기던 시민들은 달려오는 선수들을 향해 “힘내라” “파이팅” 등을 외치며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여자마라톤을 시작으로 열전에 돌입한 2011 세계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린 대구는 축제의 장으로 변했다. 가족 친구 연인들은 이날 시내 중심가에서 열린 지구촌의 스포츠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거리로 나섰다.

마라톤 코스 주변엔 다양한 볼거리가 펼쳐졌다. 수성구 두산동 TBC대구방송 인근 야외무대에서는 고교 동창생 밴드인 ‘오일악단’이 추억의 가요를 시민들에게 들려줬다. 중구 중앙로역 인근에선 성내1동 주민자치센터 사물놀이패가 전통 북 연주 퍼포먼스인 ‘날뫼북춤’을 선보였다.

대구시에 따르면 대학교 응원단, 노래봉사단 등 44개 팀 900여 명이 이날 코스 주변에서 거리 공연을 펼쳤다. 스웨덴인 리프 리나 소우먼 씨(68)는 “선수들이 지나갈 때 국적 구분 없이 응원해주고, 선수들이 없을 때는 흥겨운 춤과 공연을 즐기는 모습이 아주 이색적”이라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경기 날 이런 풍경을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순옥 씨(52·여)는 “오늘은 세계적 ‘쪼차바리’(‘달리기’라는 뜻의 대구지역 방언) 축제다. 세계에서 수십억 명이 대구를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차도와 인도를 막아 생긴 불편함도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갈망하는 대구 시민들의 열정을 꺾지는 못했다. 오전 8시부터 오전 내내 이어진 교통통제로 통제구간 옆 도로에선 극심한 차량 정체가 이어졌고, 도보로 이동하던 시민들도 먼 길을 돌아가거나 길을 건너려면 오래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민은 경찰의 교통 통제를 잘 따라줬다.

거리 응원에 나선 양경동 씨(21)는 “세계적 스포츠 대회를 여는 만큼 시민들이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며 “이번 대회가 대구의 시민의식을 높이는 계기가 되고, 전 세계가 주목하는 만큼 좋은 이미지를 남기면 대구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유덕영 기자 firedy@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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