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감 교차하는 아버지 이철태씨 “이충성, 日대표로 뛰는것 보니 행복하고도 안타까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8월 11일 03시 00분


아버지는 말 없는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고 했다. 그 어느 쪽도 응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복잡한 심경을 감추며 숨듯이 조용히 경기를 지켜봤다.

재일교포 3세인 그는 유치원생 아들의 손을 잡고 경기장을 찾아 한국을 응원하고는 했다. 한일전이 열리는 날이면 아들은 “이겨라, 이겨라”를 외치며 한국을 응원했다. 그들은 한국인이었다.

그러나 10일 한일전이 열린 일본 홋카이도 삿포로돔을 찾은 그들 중 한 명은 더는 한국인이 아니었다. 고사리 주먹을 쥐고 한국을 응원했던 아들은 일본 대표 선수가 되어 나타났다. 역대 최강으로 평가받는 일본 대표팀 최전방 공격수로 나선 이충성(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명 리 다다나리)이 바로 그였다.

J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는 이충성은 당당하게 선발 출전해 자신의 경쟁자였던 한국의 박주영(모나코)과 마주 섰다. 2004년 한국 청소년 대표팀에 소집됐던 그는 박주영 정성룡(수원)과 함께 훈련했다. 그러나 한국에 적응하지 못하고 2007년 일본에 귀화했다.

양국에서 말이 많았다. 한국에선 동갑내기 박주영에게 밀려 한국을 떠났다는 둥 한국에서 차별받았다는 둥의 말이 돌았다. 일본에서는 한국계라고 뒷말이 무성했다.

아버지 이철태 씨(53)는 “처음 일본 국가대표가 되었을 때는 왜 한국계가 뽑혔느냐고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습니다. 한국에서도 일본에서도 모두 싫어했습니다”라며 복잡한 심경을 밝혔다. “그랬는데 올해 초 아시안컵 결승에서 충성이가 호주를 상대로 연장전 결승골을 넣은 뒤로 그런 말이 싹 사라졌습니다.”

이충성은 이날 전반 35분 일본의 가가와 신지에게 선제골을 어시스트하며 맹활약했다. 그는 경기 후 “여러 가지 느낌을 받았다. 어쨌든 나는 이 길을 간다. 한국인이냐 일본인이냐 따지기 전에 축구선수로 열심히 뛰겠다”고 말했다.

이철태 씨는 “예전에는 한국계가 일본 대표가 된다는 건 상상도 못했습니다. 양국의 과거는 좋지 않았지만 과거는 과거일 뿐입니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일본도 한국도 응원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며 “그저 아들이 운동선수로서 최선을 다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삿포로=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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