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클체인지업 놓쳐버린 정민태의 20년 전 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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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6월 27일 07시 00분


정민태. 스포츠동아DB
정민태. 스포츠동아DB
‘최후의 20승(1999년) 투수’ 정민태(넥센·사진) 코치는 이미 한양대 시절부터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의 관심을 받았던 초특급 선수였다. 하지만 더 좋은 공을 던지려는 욕심은 끝이 없었다.

태극마크를 달고, 한 국제대회에 참가했을 때의 일이다. 당시 쿠바는 아마야구의 최고봉이었다. 쿠바 선수들에 대해서는 온갖 전설들이 퍼졌다. 그 중에는 ‘마구’에 대한 얘기도 포함돼 있었다. 정 코치의 눈이 번뜩였다.

그 길로 양주 한 병을 샀다. 그리고 숙소에서 쉬고 있던 쿠바의 에이스를 불렀다. 서로 짧은 영어가 오고갔다. “야, 나 그 공 좀 가르쳐줘라.” 양주 한 병을 선물로 받은 쿠바투수는 자신이 결정구로 사용하는 구종의 그립을 보여줬다. “야, 너 장난 하냐? 그렇게 잡고 공을 어떻게 던져? 이게 지금 날 뭐로 보는 거야.”

20년 전이니 한국투수들의 구종 레퍼토리는 직구, 커브, 슬라이더 정도일 때다. 쿠바투수가 공을 말아 쥔 모습에 정 코치는 코웃음을 쳤다. 양주가 회수된 것은 당연지사. 쿠바의 에이스는 어리둥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사라졌다.

“아…. 그런데 그게 지금 개념으로 하면 서클체인지업이더라고요.” 만약 그 때 정 코치가 서클체인지업까지 배웠다면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대구 | 전영희 기자 (트위터@setupman11) setup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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