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승부조작 파문]불법도박 단속 현장 들여다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5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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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상인들까지 ‘묻지 마 경마베팅’… 단속에 자해소동도
사이트 본거지 지방-주택가로 확산… 트위터-e메일등 이용 회원 모집

지난달 17일 서울 광진구 구의동 아파트 단지 인근의 한 상가건물 2층. 강동경찰서 경찰관 4명과 한국마사회 직원 등 9명이 사다리를 놓고 창문을 통해 진입했다.

남자 5명과 여자 2명은 PC 8대를 놓고 작업 중이었다. 이들은 15개의 중간조직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수십억 원의 베팅 금액을 주고받고 있었다. 조직폭력배가 연결된 온라인 사설 경마조직이었다.

1일에는 충남 서산시 외곽 비닐하우스에서 베팅을 하던 인근 지역상인 13명이 붙잡혔다.

22일에는 서울 양천구 신월동의 한 빌라 2층에서 주부들이 사설 경마를 하다 걸렸다. 13일 경기 안산시의 한 상가에서는 단속에 걸린 사설 경마 관계자가 저항하며 자해하는 소동을 빚기도 했다.

한국마사회와 경찰은 이 같은 온라인 사설 경마 단속을 벌이며 전쟁 같은 상황을 치르고 있다.

한국마사회는 2007년 77곳의 불법경마 사이트를 폐쇄했지만 2010년에는 567곳을 폐쇄했다. 온라인 불법 사설 경마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중이다. 수도권에 몰려 있던 이들 사이트 본거지는 지방으로 확산되고 일반 주택가는 물론 주부들 사이에까지 퍼져 있다.

경마뿐만 아니라 다양한 불법 베팅 사이트들은 e메일, 트위터 등 뉴미디어를 이용해 신속하게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회원들을 모집한 뒤 다른 사이트로 옮겨가는 등 치고 빠지기 작전을 구사한다.

자기들끼리의 경쟁도 치열하다. 국내는 물론 중남미 동유럽 2, 3부 리그 등을 대상으로 24시간 사이트를 운영한다. 축구는 물론 야구 아이스하키 탁구 스타크래프트 등 수많은 종목을 다룬다. 승무패를 맞히는 것은 기본. 양팀의 득점 총합이 기준 점수를 넘는지 아닌지를 맞히는 ‘언더/오버’ 방식, 야구에서 득점수 안타수 에러수의 양팀 합계가 기준점을 넘는지 아닌지, 선발투수의 첫 투구가 스트라이크인지 볼인지를 예측하는 등 경기 종목별 특성에 베팅하는 ‘스페셜 게임’ 등이 있다.

이들을 막기 위해 좀 더 빠른 사이트 조사, 차명계좌 차단 등이 필요하고 합법 베팅 사이트의 상품도 개선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원홍 기자 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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