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플러스|두산 이용찬] 데뷔 첫 선발승…마음고생도 날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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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5월 18일 07시 00분


한화전 5이닝 1안타 무실점 완벽투
불미스런 사고로 한때 슬럼프 시련
2군서 절치부심 효과…속죄투 씽씽

풍화작용이 바람만의 공(功)은 아니라고 한다. 바람에 깎이는 돌도 제 살을 베며, 소리 없이 흐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두산 이용찬도, 어린 나이에 그런 세월을 겪어야 했다. 17일 잠실 한화전에서 굳은 반석으로 우뚝 선 그가 더 빛나는 이유다. 김종원 기자 (트위터@beanjjun) won@donga.com
풍화작용이 바람만의 공(功)은 아니라고 한다. 바람에 깎이는 돌도 제 살을 베며, 소리 없이 흐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두산 이용찬도, 어린 나이에 그런 세월을 겪어야 했다. 17일 잠실 한화전에서 굳은 반석으로 우뚝 선 그가 더 빛나는 이유다. 김종원 기자 (트위터@beanjjun) won@donga.com
두산 이용찬(23)은 지난해 불미스러운 사고 이후 후회와 자책으로 한동안 잠을 못 이뤘다고 했다. 시즌이 끝난 후 합류한 일본 미야자키 교육리그. 밤마다 눈을 감으면 당시 순간이 머릿속에 떠올라 자다 깨기를 반복했다. 그런 자신을 신경 쓰는 룸메이트에게 미안해 조용히 침대에서 내려와 바닥에 이불을 깔고 누웠지만 상황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그때의 마음고생은 올시즌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시즌 초반 구위가 눈에 띄게 떨어졌다. 가장 강력한 무기였던 직구 스피드가 140km대 초반을 넘지 않았다. 자신감도 점차 떨어졌다. 김경문 감독은 결국 지난달 10일 그를 2군으로 보냈다. 결과 때문이 아니었다.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볼을 던지지 못 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아플 때를 제외하고 컨디션 난조로 2군에 내려간 것은 처음이었다. 위기감이 엄습했다. 2009년 세이브왕과 신인왕을 거머쥐었고 2010년에도 25세이브를 올렸던 마무리투수가 중간계투로도 제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한심했다.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는 의미로 머리를 짧게 잘랐고 이천숙소에도 자진 입성했다. 밤낮으로 2군 코칭스태프와 문제점을 찾았고 이를 수정하기 위해 불펜에서 150∼200개에 가까운 공을 던졌다.

절치부심은 통했다. 이용찬은 18일 만에 다시 콜업된 1군 무대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17일 잠실 한화전에서는 프로 데뷔 첫 선발승도 올렸다. 5이닝 1안타 2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투. 이날 그는 5이닝 동안 65개의 볼로 한화 타자들을 마음껏 요리했다. 1, 2, 4, 5회 모두 삼자범퇴로 돌려세웠고 3회 2사 후 이대수에게 좌전안타를 허용했지만 강동우 타석 때 양의지가 도루를 저지하며 이닝을 매조지했다.

이용찬은 5일 잠실 LG전에서 데뷔 후 첫 선발 등판해 4.1이닝 3실점으로 합격점을 받았다. 13일 잠실 SK전에서는 2회 구원 등판해 4.1이닝 무실점으로 칭찬에 인색한 김 감독의 인정을 받았다. 비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고 했다. 지금 이용찬을 지탱해주는 것도 깊은 후회와 그럼에도 묵묵히 옆을 지켜주신 부모님, 그리고 응원해주는 팬들을 향한 마음이다. 그의 행보가 ‘반짝’이 아닐 수 있는 이유다.

홍재현 기자 (트위터 @hong927) hong927@donga.com


○이용찬= (양)의지 형이 리드가 좋았다. 김선우 선배님이 가르쳐준 변형체인지업도 잘 들어갔고 직구가 아닌 변화구 위주로 승부했던 게 주효했던 것 같다. 오늘 승리해 기분 좋지만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다음에 더 좋은 경기를 하는 게 중요하다.체력에 각별히 신경을 쓴 까닭인지 5회 이후에도 더 던질 수 있었는데 코치님이 일요일 등판을 위해 배려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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